[데스크칼럼] 정치인 출판기념회 열풍 도 넘었다

이선호 문화부장 lshg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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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ㆍ4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판기념회 열풍이 불었다.

정치신인부터 중견 정치인까지 출판기념회, 북 콘서트 등 이름은 비슷하지만 목적은 하나인 듯 보이는 행사가 봇물을 이뤘다. 선거법상 선거일 전 90일(3월6일)부터 출판기념회 개최가 금지돼 너도나도 출판기념회 일정을 2~3월로 잡았기 때문이다.

이들 출판기념회에서 나오는 책 내용은 대부분 자신의 치적이나 활동상을 담았다. 봉사활동부터 자신의 정치적 가치관, 과거 유명 정치인이나 저명인사와의 인연까지 내용은 말 그대로 다양하다.

자신이 걸어온 인생을 책으로 정리하고 지나가는 것을 누가 뭐라 하겠는가? 문제는 정치인들이 출판기념회를 선거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선거를 앞두고 출판기념회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한다는 사실은 공공연히 다 아는 사실이다. 유력 정치인뿐만 아니라 정치신인들도 출판기념회를 통해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책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이지만 판매하는 것은 무관하다. 책값을 얼마를 받든 상관없기 때문에 출판기념회는 책값으로 가장한 정치자금이 오고 가는 장이 돼 버렸다. 현행법상 출판기념회는 선관위의 관리도 받지 않아 수입과 사용내용을 선관위에 신고하거나 공개할 의무도 없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출판기념회를 열지 않는 정치인은 바보’라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일부 인사는 선거에 나갈 의사도 없으면서 출판기념회를 열어 돈벌이에 나선다는 곱지 않은 눈총까지 받았지만, 기어이 행사를 여는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그 의중이 무엇인지는 당사자의 양심만이 알 것이다.

일부 정치인들의 초대장에는 화한 대신 책을 사 달라는 친절한(?) 안내문까지 제공한다.

이들이 이렇게 출판기념회 개최에 혈안인 것은 대부분 현찰이 들어오는 현장에서 떳떳하게 마음 놓고 목돈을 쓸어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권력이 있는 정치인들에게 눈도장을 찍으려면 지역 이해 당사자들이 출판기념회를 무시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현직 시장ㆍ군수의 출판기념 행사에 인파가 몰리는 것은 어쩌면 현행 제도상 구조적으로 당연한 일이다.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한 자서전을 대필해 주는 기획사나 브로커까지 우후죽순 생겨났고, 이미 선거판의 큰 시장으로 한자리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출판기념회가 이렇게 과열되는 상황을 그냥 두고 매번 선거 때 마다 그냥 넘어가야 하느냐는 것이다. 합법적인데 무엇이 문제가 되느냐 되물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정치판에서 도가 지나치게 출판기념회를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국회의원, 시장군수 등은 선거법에 저촉된다는 이유로 축의금, 조의금을 내지 않아도 이해하는 공감대가 우리 사회에 정착됐다. 그만큼 표면적으로 정치판이 깨끗해졌다. 그러나 출판기념회를 통해 거둬 들이는 현금은 어떻게 사용해도 간섭받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정치권 인사의 출판기념회 남발은 세속적인 정치인들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내는 행태라 할 수 있다. 법은 국민들의 상식에서 기초한다. 출판기념회의 문제점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다. 정치인들이 출판기념회를 이용해 돈벌이에 나서는 질주행위에 대한 제동장치가 분명히 필요한 시점이다.

이선호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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