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투자를 다시 생각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끊임없는 혁신과 경제발전을 창출하는 능력이다.

이윤을 늘리고자 하는 기업가의 집요한 노력이 시장 경쟁 메카니즘을 통해 기술개발과 신제품 생산, 그리고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국민생활의 향상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변화의 원동력은 기업가의 이윤 축적과 이를 바탕으로 한 투자라고 할 수 있는 바, 이러한 의미에서 투자야말로 경제발전의 원동력이다.

우리나라가 반세기만에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경제발전을 성취한 비결도 알고 보면 내외자본을 최대한 조달해서 위험을 무릅쓰고 대규모로 투자를 계속하였던 데 있다. 특히 1970년대 추진된 중화학공업투자는 말 그대로 국가의 명운을 건 도박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도전의 결과 우리경제는 오늘날 세계적인 제조업 강국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처음에 언급했듯 자본주의 경제는 변화를 본성으로 하며 따라서 변화를 거부하는 경제는 더 이상 성장과 발전을 기약할 수 없다. 우리경제도 대규모 설비투자를 특징으로 하는 중후장대 제조업 중심에서 계속 머물러서는 희망이 없는 것이다. 그런 산업은 중국이나 인도가 우리보다 훨씬 잘 할 수 있다.

흔히 선진 경제를 지식기반경제라고 한다. 이는 부가가치가 생산설비보다는 주로 지식에 의해서 창출되는 경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경제에서 각광받는 투자는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보다는 과학기술과 지식에 대한 투자 즉, 연구개발 투자와 이러한 연구개발을 추진할 사람에 대한 투자이다. 따라서 지식기반경제를 지향하는 우리의 입장에서 눈여겨봐야 할 투자는 설비투자보다 과학기술과 지식에 대한 투자다.

우리나라의 연구개발투자는 가히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연구개발투자규모는 이미 2011년에 GDP대비 비율이 4%를 넘어 이스라엘에 이어 2위를 기록한 바 있다.

박근혜정부가 창조경제를 기치로 기술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어 우리의 연구개발투자는 향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리나라의 문제는 사람에 대한 투자다. 과학기술과 지식은 기본적으로 사람의 노력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물론 연구를 위한 설비나 컴퓨터 등 지식인프라도 중요하지만 그러한 수단을 바탕으로 연구하는 것은 우수한 전문지식과 과학기술을 갖춘 사람이다. 따라서 지식기반경제에서는 전문지식과 기술을 갖춘 인재를 얼마나 많이 보유하느냐 그리고 그러한 인재들을 얼마나 잘 키워내느냐가 발전의 열쇠가 된다.

사실 우리나라는 교육이라는 측면에서 세계적이다. 오죽하면 미국의 오바마대통령이 한국의 교육을 본받아야 한다고 누차 강조했겠는가. 그러나 우리 교육은 지식기반경제에 적합한 과학기술인재를 개발하는 데에는 그리 성공적이지 못한 것 같다. 이제 교육의 방향을 전문적 과학기술인재를 양성하는 쪽으로 바꾸어야 한다.

2000년대 들어 우리나라의 설비 및 건설투자가 크게 위축되면서 경제성장률이 크게 하락하고 이로 인해 고용증가도 둔화되고 있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창조와 혁신 능력이 경쟁력인 지식기반경제에서 투자는 눈에 보이는 설비투자뿐만 아니라 눈에 잘 안 띄는 연구개발투자와 인재개발투자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자.

최근 우리경제의 설비투자나 건설투자가 부진한 것은 기업의 성장부진에도 기인하겠지만 그보다는 우리 기업들이 창조지향적, 혁신지향적 체질로 바뀌어가고 있는 데에 크게 기인한다.

다만 기업들의 전문 과학기술인재 양성 노력이 더욱 강화되고 나아가 그간의 연구개발노력이 설비투자와 경제성장률 향상으로 이어지면 더 할 나위가 없겠다. 그리고 경기도가 그 선봉에 서 있어야 하겠다.

배재수 한국은행 경기본부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