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도내 자살이나 동반자살 사건 일지를 보면 대략 이렇다.
지난 2일 오후 7시45분께 동두천에서 엄마 Y씨와 아들이 아파트에서 투신,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Y씨의 품안에서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등의 20자 정도의 유서형식의 세금고지서가 발견됐다.
이어 3일 오전 8시30분께에는 광주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가장 L씨와 지체장애 2급인 딸, 아들이 함께 숨져 있는 것을 부인이 발견했다. 경찰은 L씨가 딸의 장애, 생활고 등의 이유로 부인과 자주 다퉜다는 진술 등을 종합, 생활고와 겹친 가정불화를 비관해 동반자살한 것으로 추정했다.
같은날 낮 12시께에는 의정부시 한 체육관 주차장에서 L씨가 자신의 차량 트렁크 안에서 농약을 마시고 숨진채 발견됐다. L씨는 빚이 있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도는 아니지만 심지어 공영방송 프로그램 출연자까지 방송준비중 자살해 장안을 시끌하게 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자살과 동반자살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자살율은 OECD국가 중 1위다. 그것도 10만명 당 33명으로 8년 연속이다. 노인도, 청소년도 세대를 구분치 않고 모두 1위다. 이유는 생활고부터 치열한 경쟁, 시험성적, 가정불화, 빈부격차 등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하다, 하지만 참으로 부끄러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인간은 신이 소환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며, 스스로 생명을 빼앗아서는 안된다”고 설파했다. 자살은 고대부터 금기사항이었다. 그만큼 인간의 생명은 소중하며 자기자신의 생각만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때 안방극장을 강타했던 ‘별에서…’라는 연속극에서는 청상과부가 된 딸이 친정으로 도망쳐 오자 아버지의 명을 받은 어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을 강요하는 장면이 나온다. 가문의 명예를 위해 ‘자살’을 강요한 것이다. 하지만 어머니는 끝내 딸을 빼돌려 살려낸다. 딸을 사랑하는 모정의 발로였겠지만 당시도 역시 자살은 죄악시 됐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힘들다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은 또 다른 죄악이며, 특히 의사결정권이 없는 아이들과 함께 목숨을 끊는 것은 ‘살인’이자 결코 용인될 수 없는 범죄”. 전문가들은 말한다. 자살은 죄악이라고, 특히 동반자살로 인해 꺽인 가녀린 아동들에 대해서는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나”라며 자살 재고(再考)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김현정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생활고 등을 비관한다고해서 죽음이 해결책이라는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면서 “어린 아이들의 생명까지 함께 앗아가는 동반자살은 결코 용인되거나 미화되서는 더더욱 안된다”고 혹독한 비판을 서슴치 않았다.
요즘 방영중인 한 코메디 프로그램의 “앙~돼요”라는 멘트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자살은 단지 정부나 지자체의 정책적 대책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모든 것을 차지하고서라도 생활고 때문에 목숨을 끊는 것은 분명 복지시스템 구축으로 방지해야 하지만 더불어 가장 우선되야 하는 것은 개개인 하나하나가 비록 어렵지만 그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의지를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럴때 필요한 것이 계몽이 아닐듯 싶다. “자살, 앙~돼요” 계몽운동을 제안해 본다.
정일형 사회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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