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는 정치적 지지를 얻기 위해 대선기간 동안에 경제민주화란 깃발을 올렸고, 집권 후에도 그 기조를 유지했다. 이제 1년이 지난 후에야 경제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이다. 경제정책은 경제적 합리성에 의해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정치적 지지가 있어야 합리적 경제정책을 펼 수 있음을 볼 때, 집권 후 첫 1년은 민주주의 과정을 유지하기 위한 사회비용이었다.
공공부문 개혁과 규제철폐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핵심은 공공부문 개혁과 규제철폐다. 사실 두가지 정책은 모든 정권들이 집권 초기에 제시했던 단골 정책방향이다. 이는 정책방향에는 공감해도, 실제로 성공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두가지 개혁이 어려운 이유는 여러 분야의 집단들 간에 먹이사슬이 형성돼 있고, 이를 끊어버리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먹이사슬의 구조를 보면, 크게 정치인, 관료, 이해집단으로 나눌수 있다. 정치인은 정치적 지지만을 생각하는 집단이다.
아무리 경제적으로 잘못된 정책이라 해도, 정치적 지지만 있으면 그 정책을 입법한다. 반면 관료집단은 그들의 사적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일한다. 그들이 많은 예산을 요구하는 이유는 국민을 위해 좋은 일을 하기 위함이 아니고, 민간을 조정하는 힘을 키우기 위함이다. 이해집단은 정책방향에 따라 엄청난 직접적 경제이득을 얻는다. 이들은 소수이므로, 뭉치는 힘도 엄청나다. 정책방향은 이들 세개 집단의 먹이구조와 연결되어 있다.
공기업 개혁의 핵심방향인 민영화가 어려운 것은 이들 집단들의 먹거리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공기업이 존재해야, 정치인은 감독 및 감시하면서 큰소리 칠 수 있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정치적 도움을 얻을 수 있다. 관료들은 퇴직 후에 공기업의 임원으로 가는 그들만의 ‘사회보험 제도’를 순순히 내놓지 않는다.
공기업 직원들은 공공성을 위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민간기업에서 볼 수 없는 편안한 신의 직장을 향유할 수 있다. 민영화는 세 집단의 먹거리를 한순간에 없애버리는 정책방향이다. 그래서 민영화는 절대해서는 안 될 ‘정책 악’이란 인식을 퍼트리고 있는 것이다. 집단의 이익은 너무 크고 확실하므로, 이들 세개 집단의 응집력은 엄청나며, 누구도 깰 수 없는 철옹성이다. 그래서 재정학에선 이를 ‘철의 삼각형’이라 부른다.
규제철폐도 똑같은 논리를 적용할 수 있다. 규제가 많아야 정치인과 관료들은 힘을 쓸 수 있다. 민간부문에서 국회 주변을 서성이는 근본적인 이유는 그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규제입법을 하기 위함이다.
그 댓가로 정치인은 경조사나 출판회에 엄청난 경제적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많은 국회의원들이 연례행사처럼 치르는 출판회에 얼마나 많은 민간의 사람들이 줄을 서면서 두툼한 현금봉투를 전하는가를 생각하면 알 수 있다.
먹이사슬 끊어버리는 전략 집중
관료집단은 규제를 통해 그들의 힘을 발산한다. 민간의 로비는 그들을 행복하게 하고, 그 규제가 강할수록 관료들의 퇴직 후의 삶까지 행복해진다. 관료들이 퇴직 후에 민간기업의 임원으로 가는 이유는 그들이 일을 잘해서가 아니다. 똘똘 뭉친 관료들의 규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집단이 바로 전직관료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먹이사슬은 현직과 퇴직 간에도 연결되어 있다.
현 정부의 개혁방향은 옳다. 그러나 이를 성공하기 위해선, 세 집단들의 먹이사슬을 끊어버리는 전략에 집중해야 한다. 단순한 경제논리로는 절대 개혁에 성공할 수 없다.
현진권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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