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지구를 위한 1시간

어느새 봄이다. 아직은 꽃샘바람이 불어오기도 하지만 여기저기서 꽃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시인 정희성이 “봄이 봄다워지기까지/언제고 한번은 이렇게/몸살을 하는가보다...어디서 남몰래 꽃이 피고 있기에/뼈마디가 이렇게 저린 것이냐”(꽃샘)고 노래한 꽃샘추위 속에서 날아든 수원시 생태환경체험교육관이 문을 열었다는 소식은 꽃이 피었다는 소식만큼 반갑다. 환경수도를 선언한 수원의 지역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생태환경체험교육의 터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꽃샘추위와 더불어 봄이 오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게 중국발 황사이다. 지난 겨울 유난히도 극성을 떨었던 미세먼지 초미세먼지를 생각하면 황사로부터 얼마나 고통을 받아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중국이 ‘대기오염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깨끗한 대기환경이 하루 이틀에 만들어지는 게 아닌 까닭이다.

프랑스도 중국의 베이징과 맞먹는 심각한 대기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파리시는 부랴부랴 대중교통 무료운행 조치에 이어 17년 만에 차량 2부제 운행을 다시 시행했고 이 문제는 파리 시장 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대기오염만큼 심각하지는 않지만 물 문제도 끊임없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지난 토요일(3월 22일)은 물 문제의 심각성, 물 관리의 중요성을 알리고 수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었다. 수원에서도 물의 소중함에 대하여 생각하고 체험하는 행사가 최근 문을 연 SK아트리움 행복 문화 마당에서 열렸다.

우리나라는 아직 물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물 문제 또한 인류 공통의 숙제이다. 유엔 지원을 받는 세계수자원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상에서 하루 5천명 이상의 어린이가 물 부족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고 한다.

지구상 어디에선가 15초마다 한 명씩 어린이가 죽어가는 셈이다. “굶어 죽을 것인가? 목말라 죽을 것인가?” 에릭 오르세나(Erik Orsenna)가 《물의 미래 (Avenir De L‘eau)》에서 던지는 질문이 새삼 절실하게 다가온다. 올해 물의 날 슬로건은 ‘물과 에너지(Water & Energy)’이다.

이번 주 토요일(3월 29일)에도 의미 있는 행사 하나가 치러진다. 바로 ‘지구를 위한 1시간(Earth Hour)’ 운동이다. 이 행사는 에너지소비와 기후변화로부터 지구를 보호하자는 취지로 세계야생동물기금(WWF)이 2007년부터 시작한 1시간 전등 끄기 캠페인이다. 3월 마지막 토요일 뉴질랜드에서 시작해 전 세계가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오후 8시 반부터 1시간 동안 전등을 끈다.

어둠이 1시간 동안 마치 파도타기처럼 지구를 한 바퀴 돌게 된다. 지난해에는 모두 150개 나라에서 6천여 개 도시가 참여했다. 미국 뉴욕의 상징물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일본의 도쿄타워에도 불이 꺼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 N타워, 63빌딩 등 공공기관 7만4천700여 곳과 공동주택 약 270만 가구, 기업체 약 5천 곳이 전등 끄기에 동참했다. 올해는 더 많은 나라, 더 많은 도시, 더 많은 시민이 동참하기를 기대한다.

1시간 동안 전등을 끄는 작은 행동 하나가 꽃피는 봄을 약속한다. 1962년 레이첼 카슨(Rachel L. Carson)이《침묵의 봄(Silent Spring)》을 경고했다. 카슨은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이 파괴시킨 생태계를 적나라하게 파헤쳐 환경오염의 가공할 결과를 대중에게 처음으로 강하게 인식시켰다.

이 책은 자연의 조화가 절묘한 아름다운 마을이 마치 저주의 마술에 걸린 듯 점차로 생명을 잃어가다가 봄의 소리, 새들의 소리가 사라진 죽음의 공간으로 바뀌는 짤막한 우화로 시작한다. 이 우화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하려면 시민들의 자발적 동참이 필요하다.

손혁재 수원시정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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