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역신문, 어떻게 살릴 것인가?

‘디지털 구조조정(Digital Disruption)’ 은 디지털 환경으로 기존 제품이 쇠퇴하고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의 욕구에 따라 시행착오를 겪으며 새로운 디지털 제품이 완성되는 과정을 일컫는다. 2012년 국제뉴스미디어마케팅협회 총회 보고서는 언론산업은 디지털 구조조정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분야라고 했다.

세계적인 메이저 신문들도 디지털 구조조정의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디지털로의 전환과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하며 몸부림 치고 있다. 우리나라 신문시장도 마찬가지이며, 하물며 기반이 취약한 지역언론에게는 ‘디지털 구조조정’의 칼날이 더욱 날카롭기만 하다.

이러한 이유로 지역언론은 더욱 어려운 제작환경에 내몰리고 있다. 지역언론은 현재 그 정확한 수를 파악할 수도 없는 상태일 뿐만 아니라 등록된 언론사들마저도 제한된 광고수익에 의존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지역신문이 건강하게 되살아난다는 것은 그동안 지역 여론형성과 정보전달이라는 역할을 다하지 못했던 원인을 검토, 분석하고 그에 대한 현실성 있는 대안을 찾아낸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언론의 한계를 내부로부터의 혁신만으로 극복하긴 어렵다. 광고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열악한 경영기반 때문이다.

좋은 신문은 독자의 신뢰를 얻고 이는 결국 발행부수 확대와 광고수입 증대로 이어진다. 어떤 콘텐츠를 만드느냐 하는 문제는 곧 얼마나 많은 수입을 올리느냐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광고 수주는 독자 신뢰를 의미하는 구독부수에 달려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기 때문에 신문사 경영전략은 궁극적으로 디지털 구조조정 시대에 걸맞은 새롭고 차별화된 콘텐츠의 개발을 통한 독자 확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광고 강매나 광고성 기사로 수입을 올리고자 하는 구태의연한 전략으로는 디지털 구조조정을 피할 길이 없다.

지역신문이 중요한 언론매체로서 언론의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지역신문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정책도 절실하다. 유럽을 비롯하여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신문 지원과 진흥정책을 통해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지역신문을 진흥시키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은 우리나라의 균형적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지역 발전이 전제 되어야 수도권을 비롯한 국가의 주요 도시들도 함께 발전할 수 있고,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지역들도 더불어 발전하며 공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실하고 우량한 지역신문들에게는 정부광고나 지자체광고를 우선적으로 배정하는 정책을 도입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독자들과 함께 좋은 기사를 만드는 신문은 지원 대상이 되게 하고 건실하지 못한 지역신문은 광고배정에서 상대적 불이익을 주어 자연스럽게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다.

경기도가 광고비를 지원하는 언론사는 총 187개사로 중앙일간지 19사, 지방일간지 28사, 지역주간 80사, 월간 잡지 등 30개사이다. 대부분의 언론은 자사 특수성을 이유로 목소리를 높이며 더 많은 광고비를 요구하고 있으나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는 지역신문을 모두 지원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지역신문 지원정책은 지역 균형발전을 실현시킬 수 있는 바람직한 수단으로 목적과 취지가 실현될 때 비로소 지역과 지역신문의 미래는 밝아질 것이다.

사라져가는 지역 언론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나설 때이다. 지역언론 스스로 헤쳐 나가기만 바란다면 “그때 내 옆엔 아무도 없었다.”는 마르틴 니묄러의 시 <그들이 처음 왔을 때> 가 현실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남길우 경기도 언론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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