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공황상태에 휩싸여 있다. 무엇을 해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못 지켜준 미안함, 그 누군가에 대한 억울함과 분함, 그리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무력감등 부정적 감정이 뒤범벅되어 온 국민의 영혼은 이성과 감정의 균형을 잃어 버렸다.
국민의 복지는 물질적 지원으로 충족되지 않는다. 국민 개개인의 영혼이 건전해야 하며 평화로운 상태라야 비로소 복지국가라고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온 국민 감정 균형 잃은채 공황상태
온 국민이 화가 나있는 국가, 온 국민이 대충 사는 국가, 이러한 국가에 미래가 있겠는가?
우리나라 국민은 무척 바쁘지만 모두 대충 산다.
대충대충 하여야 사람 좋다 소릴 듣는다. 안전을 챙기고 원칙을 이야기하면 이미 까칠하고, 어렵고, 강한 사람, 사회생활을 잘 못하는 사람, 일은 잘하나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이라 칭하기 일쑤다. 그러니 그 누가 문제를 제기하고 원칙을 준용하라 말할 용기를 내겠는가?
그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자존심을 버리고라도 더 이상의 기여를 하는 것을 멈춘 것이다. 서로서로 불편치 않도록 타협하고 절충하고 회피하고, 침묵한다. 그러니 사회적 책무성, 인간에 대한 존중과 사랑, 정의로움과 같은 단어는 조선시대 고전에나 나오는 사회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우리나라 국민은 모두 화가 나있다. 우리 국민 모두를 밥벌이를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이 소신을 버리는 비굴하고 모자란 국민 취급을 당하기 때문이다. 틀렸는데 틀렸다고 못하고 다르다고 위로한다. 아닌데 아니라고 못하니 입을 다물고 참는다. 나는 나인데 나라고 못하고 우리라는 미명아래 다수결원칙에 소수의 희생이 얼마나 당연시되는지….
이래저래 화를 억누르며 사는 우리가 우리 자식들만은 우리처럼 살지 말고 잘살아보라고, 빚을 내서라도 가르치고 가족이 헤어져 있으면서도 가르쳤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아이들을 우리의 소유물인양 여기고 우리의 분풀이용으로 보란 듯이 잘 키우려 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이번 세월호 사건은 전국의 어른들에게 보내는 아이들의 경고라고 받아들이면 어떨지. 오늘 우리 모두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었는지 그리고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보았으면 한다.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돌아봐야
잠자는 우리의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오직 건강하게 함께 있어주어 고맙고 사랑한다고, 더는 바랄 것이 없다고 중얼거린 우리나라의 모든 어른들이 진정성과 순수성을 회복하고 힘내어 세상을 살아보는 것이 꽃다운 영혼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하는 길이 아닐까 한다.
조현순 경인여대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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