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우리 동네에서는 서독의 탄광으로 이주노동을 떠난 가정이 있었다.우리네 미술시간에 크레용으로 그림을 그릴 때면, 아무리 깨끗하게 칠을 잘하여도 크레용 질이 좋지 않아 찌꺼기가 많이 생겼으며, 나중에는 도화지위의 그림이 지저분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때 서독에 광부로 갔던 아버지가 아들에게 보내준 크레용은 모든 학생들의 부러움 그 자체였었다.
150만명 이주자 모두 우리의 이웃
어디 그뿐이었을까? 학용품이란 학용품은 정말이지 우리들이 쓰고 있는 몽당연필과 잘 찢어지는 공책들과는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전체 학생 수 600여명 되는 시골학교에 삽시간에 소문이 퍼졌다.
“서독은 세계에서 제일 잘 사는 나라, 서독은 기술이 제일 좋은 나라”라면서 이구동성으로 말했던 기억이 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1990년대 초에 우리나라에는 88서울 올림픽의 성공개최와 함께 아시아의 각 나라에서 이주노동자들이 몰려왔다. 그들은 일을 하면서 받은 월급으로 가족들을 부양하면서도 틈틈이 한국의 선진기술이 만들어 낸 다양한 생활용품들을 사서 모으기 시작했다.
이주노동자들은 출신국의 시골 산간벽지로부터 대도시에 이르기까지 전국 방방곡곡에서 온 사람들이다. 그런 그분들이 앞을 다투어서 ‘Made in Korea’를 사서 박스채로 고향에 선물로 보낸다.
한국으로부터 온 물건들이 박스 밖으로 나오면서부터 온 동네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 해진다. 어떤 물건 하나도 흠잡을 데 하나 없는 한국산 물품들은 모든 이주노동자들의 고향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가끔 필자가 귀환 이주노동자들을 만나기 위해서 해당 국가를 갈 때 선물로 무엇이 좋을지 물어보면 그들은 말한다. “Made in Korea 이면 무엇이든 좋다”고. 이렇듯 이주노동자들은 우리가 한류라는 단어도 모르고 있을 때부터 이미 지금의 한류를 위한 그 첩경을 평탄케 하는 역할을 했던 것이다.
목수의 눈으로 보면 산에 있는 그 어떤 나무 하나라도 버릴 것이 없고, 석공의 눈으로 보면 냇가의 그 어떤 돌이라도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것처럼, 우리에게 글로벌시대에 걸맞는 비전이 있다면 이 나라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그 어떤 출신국의 사람 또는 그 어떤 분야에서 일하는 이주자라도 가벼이 여길 대상은 단 한사람도 없을 것이다.
이주노동자분들이나 결혼이주여성분들이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국가로 나아가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면, 그와 반대되는 역할도 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간혹 우리들의 마음을 답답하게 하는 안타까운 뉴스 -결혼이주여성이 가정 폭력으로 목숨을 잃다- 는 반 한류의 시작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세계 속 한류 도울 협력자 될 것
글로벌시대는 지구촌의 모두가 이웃이라는 개념으로 출발하여 공동의 발전과 공동의 행복을 위해 서로가 좋은 협력자가 되어주는 시대다. 그러므로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는 150만 명의 거주외국인 이주자들을 우리의 이웃으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그럴 때 우리사회는 전 세계에 한류의 첩경을 평탄케하는 더 많은 한류전도사들을 배출할 수 있을 것이다.
김철수 사랑마을이주민센터 대표ㆍ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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