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한류전도사’로서 이주노동자

40여 년 전 필자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때는 그 흔한 TV를 찾아보기도 힘들었고 대신에 집집마다 라디오가 전부였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세계 정서에 있어서 지금처럼의 정보를 얻을 길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 시골마을인 우리 동네에서도 서독(독일)이란 나라의 부강함과 발전상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당시 우리 동네에서는 서독의 탄광으로 이주노동을 떠난 가정이 있었다.우리네 미술시간에 크레용으로 그림을 그릴 때면, 아무리 깨끗하게 칠을 잘하여도 크레용 질이 좋지 않아 찌꺼기가 많이 생겼으며, 나중에는 도화지위의 그림이 지저분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때 서독에 광부로 갔던 아버지가 아들에게 보내준 크레용은 모든 학생들의 부러움 그 자체였었다.

150만명 이주자 모두 우리의 이웃

어디 그뿐이었을까? 학용품이란 학용품은 정말이지 우리들이 쓰고 있는 몽당연필과 잘 찢어지는 공책들과는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전체 학생 수 600여명 되는 시골학교에 삽시간에 소문이 퍼졌다.

“서독은 세계에서 제일 잘 사는 나라, 서독은 기술이 제일 좋은 나라”라면서 이구동성으로 말했던 기억이 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1990년대 초에 우리나라에는 88서울 올림픽의 성공개최와 함께 아시아의 각 나라에서 이주노동자들이 몰려왔다. 그들은 일을 하면서 받은 월급으로 가족들을 부양하면서도 틈틈이 한국의 선진기술이 만들어 낸 다양한 생활용품들을 사서 모으기 시작했다.

이주노동자들은 출신국의 시골 산간벽지로부터 대도시에 이르기까지 전국 방방곡곡에서 온 사람들이다. 그런 그분들이 앞을 다투어서 ‘Made in Korea’를 사서 박스채로 고향에 선물로 보낸다.

한국으로부터 온 물건들이 박스 밖으로 나오면서부터 온 동네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 해진다. 어떤 물건 하나도 흠잡을 데 하나 없는 한국산 물품들은 모든 이주노동자들의 고향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가끔 필자가 귀환 이주노동자들을 만나기 위해서 해당 국가를 갈 때 선물로 무엇이 좋을지 물어보면 그들은 말한다. “Made in Korea 이면 무엇이든 좋다”고. 이렇듯 이주노동자들은 우리가 한류라는 단어도 모르고 있을 때부터 이미 지금의 한류를 위한 그 첩경을 평탄케 하는 역할을 했던 것이다.

목수의 눈으로 보면 산에 있는 그 어떤 나무 하나라도 버릴 것이 없고, 석공의 눈으로 보면 냇가의 그 어떤 돌이라도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것처럼, 우리에게 글로벌시대에 걸맞는 비전이 있다면 이 나라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그 어떤 출신국의 사람 또는 그 어떤 분야에서 일하는 이주자라도 가벼이 여길 대상은 단 한사람도 없을 것이다.

이주노동자분들이나 결혼이주여성분들이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국가로 나아가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면, 그와 반대되는 역할도 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간혹 우리들의 마음을 답답하게 하는 안타까운 뉴스 -결혼이주여성이 가정 폭력으로 목숨을 잃다- 는 반 한류의 시작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세계 속 한류 도울 협력자 될 것

글로벌시대는 지구촌의 모두가 이웃이라는 개념으로 출발하여 공동의 발전과 공동의 행복을 위해 서로가 좋은 협력자가 되어주는 시대다. 그러므로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는 150만 명의 거주외국인 이주자들을 우리의 이웃으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그럴 때 우리사회는 전 세계에 한류의 첩경을 평탄케하는 더 많은 한류전도사들을 배출할 수 있을 것이다.

김철수 사랑마을이주민센터 대표ㆍ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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