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방 다이어트, 양파로 시작해 볼까요?

얼마 전 마트에 갔다가 한쪽 코너에서 양파 소비촉진 행사를 하고 있는 것을 봤다. 요즘 양파의 과잉생산으로 가격하락에 따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재배 농가를 돕기 위한 캠페인의 일환이다.

마트뿐만 아니라 기업이나 각 시·군 지자체에서도 대대적인 양파 소비확대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양파가 우리 건강에 좋다는 것은 워낙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기에 필자도 이번 기회에 양파를 가까이에 두고 건강도 챙기고 다이어트도 할 겸 양파 소비촉진에 한몫했다.

동의보감(東醫寶鑑)과 본초강목(本草綱目)을 근간으로 한 한의학에서 봤을 때 양파는 달고 매우며 따뜻한 식품이다. 이러한 양파의 기운은 간(肝)으로 들어가 간의 기능을 원활하게 해주며, 간은 혈액을 저장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저장된 혈액을 맑게 해주는 효능이 있다.

또한 간은 밤에 잠을 들게 하는 기능을 하기에 양파에 의해 간의 기운이 맑아지면 밤에 잠이 잘 들 수도 있다. 잠들기 어려울 때, 양파를 잘라서 머리맡에 놓아두고 자면 불면증 해소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한방에서 매운 맛은 몸의 나쁜 기운을 밖으로 쫓아내주는 효능을 한다. 양파에는 황화알릴이라는 휘발성의 매운 성분이 있는데 이것이 몸에 나는 종기 등의 나쁜 기운이 피부에 몰려 있는 것을 치료한다고 한다. 양파를 한방으로 이용할 때 속을 따뜻하게 하는 온중(溫中) 작용이 가장 중요한 효능인데 이 때문에 양파를 여름철에 먹는 것이 좋다.

한의사들은 여름철이면 피부 표면은 뜨겁고 내장은 차가워진다고 한다. 이에 여름철에 복통이 잦고 더위에 식욕이 떨어지고 헛배만 부르며 설사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때 양파만한 식품이 없다. 양파를 약간 익혀서 먹게 되면 속이 따뜻해지고 복통과 헛배가 낫게 된다.

요즘 많은 여성이 큰 이유 없이 고생하는 이유가 속이 차다는 것이다. 속이 차서 생기는 증상들은 적게 먹어도 배가 빵빵하게 느껴지고 쉽게 피로하며, 생리가 건강하지 않게 되고 손발이 차고 잠도 쉽게 이루지 못한다. 양파는 차가워진 내장을 따뜻하게 하고 피를 깨끗하고 해주고 나쁜 기운을 몸 밖으로 내보내기에 여성들에게 안성맞춤인 음식이다.

뿐만 아니라, 냉방병이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여성들은 어깨근육과 위장근육의 긴장을 가져오게 되는데 이런 긴장상태는 명치 아랫부분을 급격하게 조이게 만들어서 음식물이 들어가더라도 충분히 소화시키지 못하고 이것이 속을 차게 만든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다가 소화가 잘 되지 않은 음식물을 섭취하게 되거나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받을 경우 급격한 소화 장애를 호소한다. 소화를 못시켜서 몸이라도 가벼워지면 다행이련만, 먹지 못하는 데도 계속 살은 찌게 된다.

한의학에서는 몸이 차기 때문에 비만이 유발된다고 생각하고 치료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속이 차다고 생각되는 여성은 양파를 살짝 익혀서 먹으면 건강도 회복되고 체중도 줄일 수 있다. 일부 한의원에서 양파를 이용해서 비만처방을 구성하는 경우도 있으니 한의학적으로 양파는 참으로 여성에게 좋은 약재이면서 채소이다.

예년에 비해 따뜻했던 지난 겨울의 영향으로 양파의 생육이 촉진됐지만 가격이 폭락해 농가의 시름이 더해가는 이때, 각 가정에서는 엄마의 S라인과 아빠의 피로한 간 기능 회복과 혈액순환을 위해 양파를 매일 식탁에 올린다면 양파 가격의 안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오늘 저녁엔 양파를 이용한 건강 밥상을 차려보는 건 어떨까.

이상원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인삼특작 이용팀 보건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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