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과 승무원들의 책임의식 결여와 공동체 위정자들의 책임·관리·감시·비판 시스템의 결여, 그리고 우리사회 저변에 깔린 무사안일주의와 안전불감증은 거대 괴물로 융합·탄생하여, 매슬로우가 말한 기본적인 하위수준의 욕구인 안전의 욕구조차 확보되지 않은 위험사회를 만들었다.
재난은 태풍·폭설 등의 자연적 재난과 화재·붕괴·폭발과 같은 인적 재난, 그리고 에너지·교통·금융 등 국가기반체계의 마비 등의 사회적 재난, 마지막으로 이러한 재난들이 결합된 소위 복합적 재난으로 분류할 수 있다.
2011년 기준 재난피해 규모를 보면, 자연재해로 인한 부상이나 사망자는 78명, 재산피해는 7천942억 원 이었고, 인적 재난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36만5천947명, 재산피해는 3천924억 원 이었다. 즉, 인적 재난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자연재해에 비해 4천692배나 높다.
초현대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나라도 과학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달하고 유기적인 상관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복합적 재난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재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위기대응 매뉴얼과 그 매뉴얼의 작동을 제대로 점검하는 교육과 훈련이다.
우리나라에도 재난의 종류를 25종으로 나눈 정부의 국가 위기관리 매뉴얼과 3천200여 건의 현장조치 행동 매뉴얼이 있었음에도 위기상황에서 이들은 전혀 효과를 나타내지 못했다.
최근 지하철 2호선의 추돌사건, 경주 마우나오션 리조트 붕괴사건, 충남 태안의 해병대 캠프사건 등의 인적 재난들이 매뉴얼이나 관련 규정이 없어서 벌어진 일이었던가?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될 수 없었던 원인은 바로 재난과 관련된 교육과 훈련의 부재에서 찾을 수 있다.
재난발생시 현장에 누구보다 먼저 투입되어 지원 및 구난구조를 담당해야 할 인력이 바로 공무원인데, 지난해 재해담당 공무원의 방재교육 이수실태를 조사한 감사원의 조사결과는 놀랍기만 하다. 법 규정 의무교육을 이수한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라 봤자 절반에도 못미친다.
아동복지법에서도 어린이집·유치원·학교는 재난대비 등의 안전교육을 연간 44시간 이상 이행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지난해 초등학교 교사의 13%, 어린이집·유치원교사의 30%만이 의무시간을 준수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가장 높은 수준으로 규정을 준수해야 할 집단의 안전교육 이행 수준이 이 정도이니 나머지 기관과 시민들의 교육정도는 안봐도 알 지경이다. 재난대응 교육과 더불어 수행되어야 할 재난대응 훈련실태는 더 문제이다.
지난해 해수부가 선박사고에 대비한 훈련을 실시한 것은 7월에 단 한차례뿐이고 그나마 회의실에서 가상 상황으로 한정하여 토론한 게 전부이다.
현행 선원법에는 소화훈련은 10일마다, 퇴선훈련은 1개월마다, 구명정 강하는 3개월마다, 인명사고 시 행동요령은 6개월마다 실시해야 함을 규정하고 있으나 형식적으로 진행하거나 훈련자체를 전혀 실시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떠한 위기상황에서도 우리의 생명과 재산이 보호될 수 있는 안전사회로 안착될 수 있도록 기본으로 다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전선영 용인대학교 라이프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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