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세월호 침몰에서 보여지는 것

근대 국가체제의 성립에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정치이론으로 존 로크(영국, 1632-1704)의 ‘사회계약론’이 있다. 자연적인 상태에서는 자신의 생명과 안전, 재산을 홀로 지켜야 했지만, 자신의 안전을 홀로 지키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관이 필요하며, 기관을 만들기 위한 중간과정에서 사회계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로크는 사회계약론에서 사회계약에 의해 기관으로서 탄생한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정당하게 축적된 재산의 안전을 책임질 의무가 있으며, 의무가 불이행 되었을 때 국민은 계약을 파기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로크의 사회계약론은 미국에서 토마스 제퍼슨에게 영향을 주어 미국 독립의 이론적 토대가 되었고, 프랑스에서는 계몽주의와 프랑스 대혁명에 영향을 주며 오늘날의 국가시스템을 만드는 기초이론이 되었다.

세월호의 비극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여러 원인들에 대해 많은 언론에서 기사화 했다. 탐욕에 젖어 승객의 생명과 안전을 도외시한 부도덕한 해운사와 선박직원들이 자신들만 탈출하며 학생들을 비롯한 승객들을 방치해버린 일은 전 세계인의 분노를 자아냈다. 또한 선박의 안전운항에 대한 문제부터 침몰사고 이후 정부당국의 대응과정의 무능력이 대한민국호의 침몰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하게 만들었다.

착잡한 마음으로 뉴스를 지켜보는 필자에게는 두 개의 기사가 마음을 더욱 불편하게 만든다. 국립남도국악원은 사고 직후 기관장대책회의에서 연수관과 연습실 등의 시설을 실종자 가족들의 숙소로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알 수 없는 어떤 이유로 인해 이 제안은 거부되었고, 대신 안전행정부와 교육부, 보건복지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 부처 관계자와 경찰 기동대, KBS 및 KTV 국민방송 관계자 등이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 시설은 사고해역인 팽목항과 차로 5분 거리밖에 되지 않는 가까운 거리에 있다.

현재 가족들이 사용하고 있는 진도체육관은 난방도 되지 않는 데다 사고 해역이 있는 진도 팽목항에서 차로 20~30분 거리에 있어 한참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는 장소이다.

또 다른 기사로 박승춘 보훈처장이 어느 강연에서 “국가가 위기에 처하고 어려울 때면 미국은 단결하지만 우리는 문제가 생기면 정부와 대통령을 공격하는 것이 관례가 돼 있다”라고 이야기 했다고 한다.

문제는 미국의 9·11은 외부의 세력에 의해 공격받았다는 것이었고, 세월호의 비극은 우리 내부의 문제로 발생한 점이라는 것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정작 부시는 내부문제인 카트리나에 대한 대응실패로 국민의 책임추궁 끝에 정권을 야당에게 넘겨주었던 것을 어떤 의도에서인지 모른척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뉴스들을 접할 때마다 느껴지는 것은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대통령이 최종 책임을 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사고체계에 국민은 주권자로 모셔야할 존재가 아니라 통치의 대상으로 보고 있는 것 아닐까 하는 것이다.

세월호의 침몰과 뒤이은 여러 일들에서 국민이 분노하는 것은 세월호의 침몰과 더불어 구조과정의 무능력에 대해서,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말실수에서 국가가 자신들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최근 극장가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영화 ‘역린’에서 정조(현빈 역)는 중용 23조를 이야기 한다. 이 말을 거론하는 것은 공직자들이 명심하여 국민을 위한 자세를 재정립하기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굳이 로크의 사회계약론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생명의 안전에 대해 담보 받지 못하는 주권자의 분노는 어느 순간 거대한 급류를 이루며 모든 것을 휩쓸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곽경전 부평미군부대시민참여協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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