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탓’에 빠진 대한민국호

세월호 침몰사고로 요즘 대한민국은 거대한 ‘탓’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배가 침몰하는 와중에도 “안전한 객실에서 움직이지 말라”는 방송을 해 놓고는 자기들만 탈출해 버린 선장과 선원들, 더욱 가관인 것은 선장은 조타수 탓, 조타수는 선장 탓, 책임 있는 당국자와 일부 언론은 세월호 사주 탓, 정치권은 서로 상대방 탓을 하면서 이전투구의 진흙탕 싸움에만 몰두하고 있는 듯해 답답하고 부끄럽기 그지없다.

하지만 이번사고만이 아니라 ‘남 탓하는 문화’는 이미 우리 사회 곳곳을 지배하고 있다. 서로를 탓하고 비난하며 책임을 전가하는 일이 유행병처럼 번져 있다.

‘망국의 병’ 반드시 청산해야 할 과제

내가 하면 ‘차선 변경’이고 남이 하면 ‘끼어들기’다. 남이 하는 거짓말은 상습적인 행위고, 자신이 하는 거짓말은 어쩔 수 없이 나온 ‘하얀 거짓말’이다. 흔히 하는 말로,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다. ‘잘 되면 내 덕, 못되면 조상 탓’이라는 옛말 그대로다.

대체 왜들 이렇게 남의 탓만 하는 걸까. 자신의 결점이나 실수를 인정하는 것이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애적 환상’을 지니고 산다. 남들에게 완벽하고 멋진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어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 정반대 편에 있다. 완벽하기를 바랐던 자신은, 사실은 실수와 결함투성이의 인간일 뿐이다. 쿨하게 그 현실을 인정하려니 부끄럽고 쪽팔려서 견딜 수가 없다. 아니, 쪽팔리는 건 어떻게 참는다 해도 이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낙오될 일이 더 걱정이다.

그러니 다들 쉬운 길을 택하는 것이다. 자신의 잘못이나 실수를 인정하는 것보다는 잘못의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고 탓하는 것이 훨씬 쉽고 빠르다. 그 때문에 너도나도 풀숲에 머리를 박고 사냥꾼을 피하려는 꿩처럼 뻔히 보이는 거짓말로 남의 탓을 하는 것이다.

‘탓 문화’의 최대 부작용은 무엇인가. ‘내 탓’임을 받아들일 때 찾아오는 발전과 개선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는 점이다. 서로 남 탓을 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한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고, 목표에 다가설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할 수도 없다. 비난의 표적이 되는 게 두려워 움츠러든 사람의 마음에 창의성이 싹틀 리 없고, 사람 사이의 벽만 더 높아질 뿐이다. 이래가지고야 발전이 있을 수가 없다.

‘내 탓이오’ 인간성 회복의 지혜 배워야

망국의 병 ‘탓 문화’가 반드시 청산돼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우리 모두는 가슴에 손을 얹고 자신에게 반문해봐야 한다. 타이타닉호 탑승객처럼 어린이와 여자들을 먼저 내보내고 본인 스스로 죽음을 택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런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서로 남 탓을 하면서 남에게 비난의 화살만 날릴 때가 아니다.

오직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며 ‘내 탓이오’를 되새김질하는 인간성 회복의 지혜를 배워야 할 때다. 우리 국민의 정신을 갉아먹는 망국의 병 ‘탓 문화’ 이제는 반드시 청산해야 할 시대적 과제다.

김명상 탓 문화청산운동본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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