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또 한번의 지방선거를 치르고

지방선거가 끝난 지 이제 일주일이 되었다. 선거결과에 대해 여야 모두 나름대로의 이유를 들면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해석을 하고 있지만, 꿈보다 해몽인 것 같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들은 어느 쪽 손도 일방적으로 들어주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지방의회의 의원 등 지역의 대표자를 뽑는 지방선거가 처음 실시된 것은 1995년이다. 이후 이번 선거까지 벌써 6번째 지방선거가 실시되었다. 중앙정부의 독점적 권력을 견제하고, 자기 지방의 일꾼을 주민 스스로 뽑는다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한다는 것이 지방자치제도의 취지다. 이 제도를 도입한지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제도의 이상이 실현되었다고, 아니 20년 전보다는 나아졌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이번 선거에서는 유권자 한 명당 모두 7장의 투표용지가 주어졌다. 필자의 경우에도 20명이 족히 넘는 후보자 중에서 도지사, 시장, 교육감, 도의원, 시의원, 비례대표 도의원, 비례대표 시의원을 선택해야만 했다. 그 중 도지사를 비롯해 그나마 TV나 신문에서 이름이라도 듣고, 얼굴이라도 몇 번 봤던 후보자들은 그나마 선택하기 쉬운 편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생전 처음 뵙는 분들인데, 그들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어떤 삶을 살아왔으며, 자신이 맡고자 하는 자리에 적합한 인물인지를 판단하기에는, 내가 가지고 있는 정보가 너무 빈약하기 짝이 없다. 결국, 선거공보에 적힌 약력과 공약사항, 그리고 프로필 사진의 인상을 참조하고, 결정적으로는 정치적 성향에 따라서 투표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투표를 하고 나니, 뭔가 찜찜한 기분이다. 이렇게 쉽게 후보자를 선택해도 되는 걸까. 내가 찍은 그 사람이 과연 주민을 위해 열심히 일해 줄 의사와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을까. 어쩌면 번지르르한 말만 내세우는 정치꾼은 아니었을까. 수많은 의혹 속에서도 그래도 잘한 선택일거라고 내심 스스로를 위로해본다.

하지만, 이러한 위로가 무색하게 벌써부터 선거후폭풍이 거세질 것 같다. 어떤 국회의원의 부인은 선거 이전에 이미 억대의 공천헌금(헌금이면 무언가 좋은 일에 쓰라는 돈 아닌가?)을 후보자로부터 받은 혐의를 받더니, 결국 구속되었다.

또한, 선거가 끝나자마자 당선자 중 72명이 입건되어 수사를 받고 있으며, 기초단체장 당선자 2명과 교육감 당선자 1명은 벌써 기소까지 되었단다. 벌써 20년 동안이나 벌어졌던 일이니, 이제 그 정도 소식에는 무덤덤해져야 할까.

생각해보면, 선거에 후보자로 나선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와 사명감이 필요한 일이다. 나 자신의 안위를 포기하고, 국민(주민)을 위해서 희생하겠다는 자리다. 더구나, 이러한 자리에 오르려는 사람들은 보통사람들보다 더 높은 도덕성과 인품을 요구받는다. 한 교육감후보자는 선거 직전 자신의 자식에 의해 비난받은 후 급전직하하고 말았다.

그렇기에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자들에 대해서는 상대 진영에서 눈에 불을 켜고, 도덕적 흠이 없는지 찾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은 모든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삶이 낱낱이 발가벗겨질 것을 각오한 용감한 사람들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은 모두 사명감과 희생정신이 충만하고, 도덕성에 자신이 있기에 출마한 것일까.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당연히 그래야 하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모두가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어쩌면 자신의 치부가 드러날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자리가 주는 권력욕의 충족과 사리사욕의 욕망이 더 큰 것은 아니었을까.

어찌되었건 이제 선거는 끝났다. 우리가 뽑은 사람들이 정말 우리 기대대로 그 자리에 적합한 사람인지 잘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정말 그런 사람이라면 우리도 최선을 다해 그들을 도와주면 어떨까.

임은석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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