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강상면 세월초교 문화코디네이터 김지연씨
여주와 맞닿은 양평군 강상면 세월리 마을회관으로 들어서면 영국 작가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란 동화 속에 들어온 것 같은 환상에 빠진다.
마을회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입구에는 노란색 바탕에 알록달록한 글씨로 ‘달님과 손뼉치기’라는 문구가 걸려 있고, 왼편 농자재 창고 한쪽에는 어릴 적 재미있게 놀았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즐기는 개구쟁이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어른 걸음으로 몇 걸음만 옮기면 전교생 100명 미만의 세월초등학교에서 코흘리개들의 한바탕 웃음소리가 바람에 실려 귓가를 간지럽힌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어린 시절로 되돌아온 것 같다.
이 모든 정겨운 풍광은 김지연 세월초등학교 문화코디네이터(46ㆍ여)의 솜씨. 그는 이 작품을 직접 기획하고 연출했다.
‘모여서 함께 어울려 만드는 모듬’이란 뜻을 지닌 모꼬지에 마을이름을 붙인 세월 모꼬지 사무국장도 맡고 있는 그가 이 마을과 인연을 맺은 건 지난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혁신학교로 선정된 세월초등학교에 마을 주민과 함께하는 축제를 만들면서 시작됐다.
‘달님과 손뼉치기’라는 예쁜 주제도 이때 나왔다.
“마을 이름이 한자로 ‘달을 씻는다’는 의미의 洗月里라는 점에서 힌트를 얻었어요. 정말 근사하지 않아요? 밤에 마을회관 옥상에 올라가면 달이 친절하게 말을 건답니다.”
김 국장은 최근 2층 건물인 마을회관을 ‘달님과 손뼉치기’라는 주제로 문화 사랑방으로 확 바꿨다. 그래서 이 공간은 주민들의 쉼터이자, 청소년들의 학습·문화공간, 주민들의 다양한 문화예술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개관 이벤트로 전문가를 초빙해 마을워크숍도 열고 어린이와 학부모가 함께하는 다양한 문화예술·놀이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그의 정이 듬뿍 담긴 마을 만들기는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세월 달시장’, 어르신과 가족 등을 위한 영화 상영, 청소년 여행모임, ‘엄마들 양평원정대’ 등을 진행하고 있고, 매주 월·목요일 오후 6시~밤 10시 청소년 공부방도 운영한다.
이 마을의 문화일정은 연말까지 빼곡하다. 마을에 거주하며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임경재 옹(78)의 짚 공예 등 각종 특강이 예정돼 있다.
김 국장은 “마을 학생들은 중학생이 되면 마을을 떠난다. 이러한 환경을 점차 바꿔 나갈 계획”이라며 활짝 웃었다.
양평=허행윤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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