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과잉 민주화를 걱정하며

민주주의의 핵심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 기능이다. 우리는 1980년대에 대통령으로부터 독립된 국회기반을 성공적으로 이뤘다. 그래서 그 이후를 민주화 시대라고 한다.

아직도 민주화는 우리에게 신성한 용어다. 그러나 최근 국회행태를 보면, 국회가 발전의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과잉 민주화’ 문제다. 정치인들은 민주화를 정치지지를 구하는 수단으로 이용한다. 그 결과 민주화로 포장된 정책은 경제적 강자를 규제하고, 경제적 약자에게 공짜복지 하자는 것이다. 경제와 민주는 결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정치는 완전 평등한 과정을 거칠 수 있는 반면, 경제는 불평등이 본질이다.

경제민주화란 이름으로 불평등을 적대시하면, 경제는 망한다. 경제민주화는 곧 ‘경제망국화’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정치인은 경제민주화의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가 재난이 일어나면, 신나는 집단이 정치인이다. 세월호 사태에서 보듯이, 과장하고 부풀려서 정치적 지지를 끌어내려 했다. 국민에게 감성적으로 인기있다고 생각되는 정책은 여야당이 선심 경쟁했다. 그래서 공짜복지가 좋은 정책이 됐다.

한국에서 국회의원은 막강한 권한을 가진다. 우선 연봉도 일 인당 GDP 5.6배 수준이다. 미국의 3.6배, 영국과 프랑스의 2.9배보다 월등히 높다. 또한 7명 보좌진의 연봉 지급을 걱정하지 않고,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다. 임대료 높은 여의도 노른자 땅에 근사한 사무실도 무료다.

좋은 물리적 환경 속에서 많은 이해집단의 경쟁적 로비를 대상으로 공익이란 이름으로 의원 활동한다. 이해집단이 원하는 바는 한가지다. 그들의 경제적 이익을 높이는 입법을 해 달라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이해집단은 뇌물을 국회의원들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직접적 뇌물을 주기도 하지만, 국회의원의 경조사나 출판기념회를 이용해서 보이지 않게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신문에 나오는 뇌물관련 기사는 빙산의 일각이다. 사실 뇌물액 자체는 우리 경제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보다 큰 문제는 입법을 통해 제도를 바꿈으로써, 이후 민간시장의 경제활동에 심각한 왜곡을 발생시킨다. 적당한 수준의 뇌물로 얼마든지 그들에게 유리한 입법을 통해 경제적 혜택을 누릴 수 있으니,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지 않게 된다. 이것을 돈으로 환산하면, 뇌물액의 수천 배 이상이 될 수 있다. 뇌물은 한번으로 발생하지만, 왜곡된 제도는 지속적이므로, 국가 경제에 주는 폐단은 심각하다.

국회권한이 행정부보다 더 막강한 세상이다. 행정부 관료들도 정책입안을 직접 하지 않고, 의원입법에 의존하려고 한다. 행정부 입법은 골치 아픈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의원입법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이제 행정부도 입법부에 머리를 조아리는 세상이다. 한때 국회가 대통령에 의해 조정되었던 시대엔 ‘민주화’가 최고 과제였다. 그러나 이제 ‘과잉 민주화’로 인해 한국이 점차로 침체의 길로 가고 있다.

현재 ‘과잉 민주화’를 ‘정상 민주화’로 바꿔야 한다. 우선 국회의원들이 가지는 경제적 혜택과 특권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 스웨덴의 국회의원 위상과 운영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지하철로 출근하고, 보좌진도 없이, 혼자서 과로 업무해야 하는 회피업종으로 알려져있다.

우리 국회의원 연봉은 일 인당 GDP 3배 수준으로, 국민의 경제적 위치와 연계하여 책정하면 어떨까. 아울러 일반 국민의 생활과 차이가 없도록, 공항 등 여러 가지 형태의 귀빈실 사용을 금지하자. 국민의 대표라는 허울 좋은 명분이 아닌, 실제 국민의 삶 속에 살도록 해야 한다. 특권의식이 특권생활과 만날 때, 국회의원 되려는 사람이 더욱 많아진다. 스웨덴처럼, 아무런 특권 없는 고단한 직종이 될 때, 한국의 과잉 민주화는 정상 민주화로 바뀔 수 있을 것이다.

현진권 자유경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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