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입장 바꾸어 생각해 보기

이주를 통해 새로운 지역에 자리 잡고 지역 주민으로 살아가기까지는 쉽지 않은 시간이 지나야 한다.

혼자 거주하는 것이 아니고 가족과 함께라면 더욱더 지역 안에서 함께 지내는 일이 일상화되어야 하는데, 그 일상화라는 것이 내 노력만으로는 어려운 일이기에 주변의 이해와 도움이 수반되어야 가능한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쳐 지역주민으로 살아가게 된다는 것은 지역에 새로운 문화를 접목시켜 활력을 갖게 하는 것이다.

부평구에서는 구청의 지원으로 결혼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결혼 이주배경주민 멘토링 봉사단이 현재 운영 중이다. 이것은 초기입국 결혼이민자의 지역사회 조기정착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멘토 봉사단원을 통해 지역사회의 정책이나 생활 정보를 공유하는 한편, 동마다 이주민 대표 멘토를 두고 그 활동을 통해 차별 없는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역사회에서 생활하고 있는 결혼 이민자 가운데 동마다 대표를 선정하여 월례회의와 간담회 등을 통해 지역정보를 공유하는 한편, 지역에 있는 초기이민자와 이주배경주민들에게 행정기관의 정보를 제공하고 봉사활동을 진행하며, 기존 지역주민과 이주배경 주민 사이에서 문화차이로 일어날 수 있는 오해와 불편함을 해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사업을 전개하면서 접하는 몇 가지 사실이 있다. 멘토 봉사단은 시간이 지나갈수록 자신들의 역할에 대한 이해와 책임감이 더해졌고 지역사회에서 맡은 일을 진행하면서 자신감을 느끼게 되었다. 또 주어진 일을 어떻게 하면 잘 진행할 수 있는지, 더 필요한 일은 무엇인지에 대하여 서로 토론하고 의견을 조율해 가고 있다.

초기입국자를 돕고자 함께 모여 반상회 알림 사항을 각국언어로 번역하여 초기입국자에게 알려 주민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돕고, 문화와 언어가 다른 이주배경주민으로 인해 기존 주민들이 겪을 수 있는 생활의 불편함을 줄일 수 있도록 초기입국자에 대한 주민생활안내를 병행하였다.

통반장회의에도 참석하여 주민전달사항을 함께 숙지하여 이주배경주민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런 적극적 방식은 주민의 입장에 서서 불편함을 들여다본 지자체의 감수성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고무적인 것은 시간이 흐르면서 확인할 수 있었던 멘토 봉사단의 달라진 눈빛이었다.

자신이 지역사회를 이해하고 그 구성원으로 역할이 있다는 것은, 비로소 인천시민으로 부평구민으로 인정받고 살고 있다는 소속감을 부여했고 그 소속감은 자신감을 느끼게 하여 멘토의 역할을 할 힘을 갖게 하였다. 그래서 눈빛은 더욱 또렷했고 처음 모였을 때의 모습보다 몇 배 밝아진 활기찬 모습이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만 ‘소속감이 주는 자신감’은 우리에게 살아나갈 힘을 준다.

이제는 옛 가요가 되어버린 ‘핑계’라는 가요의 ‘내게 그런 핑계를 대지 마, 입장 바꿔 생각을 해봐, 니가 지금 나라면 넌 웃을 수 있니’라는 가사가 가끔 생각난다. 역지사지(易地思之) 처지를 바꾸어 생각해 보며 그 일을 겪는 게 나라고 생각해 볼 일이다.

내가 이주했다면, 내 자식이 군대의 폭력과 왕따에 노출되어 있다면, 내 가족이 엄청난 안전사고의 피해자라면,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그렇게 입장 바꿔 생각해보고 상대방에게 공감하며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시민성을 확보할 때, 우리 사회는 ‘사람이 살기 좋은 사회’라는 이름표를 붙일 수 있을 것이다.

김자영 인천 부평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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