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제2의 난타’의 꿈
안타깝고 아쉬운 점 투성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응원하고픈 작품이었다. 지난 26~28일 초연한 넌버벌 퍼포먼스 ‘꽃의 동화’ 얘기다.
이 작품은 초연 전부터 화제였다.
지자체(의정부)가 관광객 유치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장기적 안목에서 제 2의 ‘난타’와 같은 콘텐츠(공연물)를 기획, 이를 노하우 쌓은 지역 공연장(의정부예술의전당)이 지역의 문화예술 단체와 적극 협력해 자체 제작한 점이 그 이유다.
공연에 앞서 관객에게 상설 공연화를 위한 트라이아웃(시범공연)임을 알리고 관객 반응을 설문조사하는 등 기획의도를 살린 진행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본격적으로 막이 오르자 허점이 드러났다. 두 달여의 짧은 준비기간, 1억원이라는 턱없는 예산, 출연진의 부족한 실력 등 총체적 난국이 빚은 결과랄 수 밖에.
일단 스토리는 주인공 목련이 무녀와 함께 자신을 버린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화탕, 검수, 발설 등 각종 지옥을 통과하며 끝내 어머니를 구하고 사랑도 이룬다는 것이다.
외국인에게는 낯선 동양 신화와 효 정신을 넌버벌 퍼포먼스라는 장르적 특성에 기대어 풀어내려했으나, 넌버벌 퍼포먼스는 없었다.
부채춤과 살풀이 등 전통 무용과 태권도, 비보이, 멀티미디어 영상 등 다양한 볼거리를 활용했지만 균형 감각이 맞지 않았다.
전통 무용 비중이 높아 무용 소품 나열 공연을 보는 듯했다. 아름다운 의상과 한국 무용 특유의 고운 몸짓도 1시간 내내 반복되니 지루해졌다. 그나마 태권도 시범과 비보이가 ‘갑자기’ 등장해 관심을 끌었지만 ‘쇼맨십 없는’ 연기로 흐지부지 끝났다. 하이라이트는 없었다.
게다가 극의 배경이 된 멀티미디어 영상은 과도한데다 조악한 이미지로 공연 수준을 끌어내렸다. 심지어 무용수의 몸짓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됐다. 외국인을 위한 자막 역시 동양 신화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오역이 눈에 띄었다.
그나마 2006년 한국뮤지컬대상 음악상을 수상한 강상구가 꽤 흡인력 있는 퓨전 국악을 선보이며 제 역할을 했다.
갈 길은 멀었다. 지자체의 의지, 시간, 예산, 출연진의 노력, 제작진의 고민 등 필요한 게 너무 많다. 하지만 한류 열풍을 이끄는 난타가 처음부터 그 난타가 아니었듯이, 기획 의도를 현실화하기 위해 꿋꿋하게 전진하길 응원한다.
류설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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