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금학천변 분수대 ‘애물단지’

혈세 들여 조성할 땐 언제고?
市, 2009년 시범가동 후 스톱  “재정난 때문에” 궁색한 변명

“설치하고서 몇번 물을 트는가 싶더니 지난 몇년 동안 분수대가 가동된 것을 본적이 없어요. 오히려 쓰레기장으로 변해 차라리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6일 오전 11시께 용인의 유일한 전통시장인 용인중앙시장 입구 술막다리 인근에 세워진 분수대.

사람이 몰리는 시장 입구임에도 물이 뿜어져 나오질 않았다. 유심히 아래쪽을 살펴보니 한참을 가동하지 않은 듯 낙엽과 쓰레기가 잔뜩 쌓여 있었다. 주변도 빈 막걸리통과 쓰레기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밤새 노숙인들이 이곳에서 술판을 벌였는지 막걸리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인근에 설치된 또다른 분수대도 상황은 마찬가지. 언제 가동이 중단됐는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주변에 녹이 슬어있는 등 관리상태가 엉망이었다.

시장상인 최모씨(60)는 “아까운 시민 혈세를 들여 시장주변 하천변 곳곳에 분수대를 번듯하게 세우더니 아예 사용을 하지 않고 있다”며 “용인시의 전형적인 탁상행정과 예산낭비를 보여주는 게 바로 저 분수대”라고 말하며 혀를 끌끌 찼다.

용인시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설치한 금학천변 5곳의 분수대가 전기료와 수도료 등의 문제로 수년간 가동되지 않아 예산낭비에 불과한 전시행정이란 지적이다.

시는 지난 2007년 11월부터 2010년 7월까지 총 사업비 225억원을 들여 처인구 김량장동에서 삼가동까지 이어지는 3.65㎞구간의 금학천 정비사업을 실시했다.

시는 이 구간에 수해예방을 위한 정비사업과 함께 수질개선을 위한 생태습지 등을 조성하고 시민들의 휴식을 위한 공원과 주차시설 등을 설치했다. 특히 시는 지난 2009년 금학천 주변에 5개의 분수대를 설치했다. 분수대 설치에만 약 3억원의 예산을 사용했다.

그러나 분수대가 설치된 2009년 몇달간만 시범 가동된 이후, 2010년부터 약 4년간 분수대는 멈춰섰다. 전기료와 수도료 등 유지비 부담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분수대를 설치하자마자 정부에서 물과 전기 등을 절약하라고 지침이 내려온 데 이어 현재는 시 재정악화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용인=권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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