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장편소설 ‘여울넘이’ 펴낸 윤찬모 양평군청 성과법무팀장
강산이 3차례나 바뀌는 기나긴 여정 동안 공직생활을 해온 윤찬모 양평군청 성과법무팀장(57)은 아직도 문학을 생각하면 가슴이 설레고, 뜨거워진다. 영원한 문학청년이기에, 어쩌면 당연한 가슴앓이가 아닐까.
학창시절부터 누구보다 여린 감성으로 문학에 천착해왔던 그가 최근 지천명(知天命)을 훌쩍 넘긴 나이에 첫 장편소설을 엮어 출판했다.
‘여울넘이’이란 제목의 첫 단행본으로 400여 쪽에 가까운 그의 작품을 읽으면 수천 년 동안 묵묵히 흐르는 남한강을 사이에 두고 펼쳐졌던 인간세상의 속내가 고스란히 들여다보인다.
작품은 조선시대 남한강을 둘러싸고 활동했던 민초의 고단하고 애절한 삶을 담고 있다. 몇년 전 문학 저널을 통해 등단했던 그가 이제 겨우 문단에 소설가라는 정식 명함을 내밀게 된 셈이다.
남한강변을 낀 고장인 양평에서 태어나 누구보다 남한강을 사랑하는 그이기에 그의 첫 장편소설에는 그동안 무심하게 흘러갔던 시간의 화석들이 오롯이 담겨 있다.
사실, 그는 30여 년 동안 고향에서 공직생활을 해오면서 팔당댐 축조 이후 팔당상수원보호구역이나 수질보전대책 등 환경 당국에 의해 펼쳐졌던 규제정책들로 인해 남한강 주변 주민들이 겪어왔던 숱한 고난사를 현장에서 묵묵히 지켜보았다. 그럴 때마다 할 이야기들은 많았지만, 말을 아껴야 하는 공직자이기에 마음에만 담아 뒀었고, 이제 비로소 장편소설이라는 그릇을 통해 모국어로 토해냈다.
침묵이라는 항아리에 묶여 있던 할 말들이 수십 년 만에 햇빛을 보게 된 것이다.
윤 팀장은 “남한강 주변 마을을 휘돌며 찾아보아도 빛바랜 사진 한 장 제대로 남지 않았기에, 지난 2년 동안 공직생활 틈틈이 발품을 들여 여울넘이로 역사의 문을 넘나들며, 빛바랜 흑백사진으로 남아 있는 시간의 화석들을 캐냈다”고 소회를 밝혔다.
작품의 제목인 ‘여울넘이’도 바로 그런 의미에서 붙였다. 역사의 문을 강물의 여울로 보았고, 그 여울을 문으로 삼고, 넘나들었기 때문이다.
이문열 작가의 ‘사람의 아들’과 김주영 작가의 ‘객주’, 고(故) 최인호 작가의 ‘잃어버린 왕국’ 등을 책갈피가 닳을 정도로 수차례 읽었다는 윤 팀장은 “이제 시작이니만큼, 앞으로도 역사의 문을 넘나들며 원고지와 씨름할 일만 남았다”며 웃었다.
양평=허행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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