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는 두 왕조의 도성(都城)을 품고 있다. 고려(918년~1392)의 왕성은 개성이며 왕건 태조가 개국하여 475년을 버텼다.
조선 왕조(1494~1910)는 한양에 도읍을 정하고 518년간 경기도 안에 수도를 두었다. 두 왕조 모두를 합하면 1천년에서 7년쯤 모자라는 세월이다. 경기란 본 뜻은 왕의 도읍(京師)이며 직활 외곽(畿甸)이란 뜻이다. 수직과 상하의 관계가 분명하지만 뒤집어 보면. 해를 품은 달처럼(?) 흰자위가 노른자위를 품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의 도성은 암탉이 알을 품듯 구조로 지구촌 어느 곳에도 찾아볼 수 없는 아주 특이한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영문으로는 ‘케슬’로 번역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일본식 얼치기 번역에 불과하다 일본 성 자체가 유럽의 고성들처럼 성 안에는 지배자와 극소수의 가신들만 들어가는 독불 구조일 뿐이며 우리의 도성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중국의 대표적인 성은 누구나 아는 것처럼 만리장성(長城)이다. 하지만 긴 담 벼락이라는 뜻으로 ‘great wall’로 번역된다. 북경의 자금성은 성이라기 보다는 왕의 도시(forbidden city)로 번역된다. 천안문 입구에서 태화 전 까지를 광화문과 근정전에 대비시켜보면 규모 면에서 비교가 되지 못한다. 하지만 왕이 민생들과 소통하고 생사고락을 함께할 수 있는 ‘이웃’은 될 수가 없는 구조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의 성은 ‘케슬’ 보다는 성채(fortress)가 제격이다. 설명이 좀 길어졌지만 경기가 왕의 땅이라기 보다는 역으로 경기가 도성을 품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또 경기에는 수원화성과 남한산성 그리고 북한산성이 있어 전시와 평시를 막론하고 임금이 머무는 행궁(行宮)이 존재한다.
남한산성 행궁이 복원되고 지난 6월에는 유네스코 문화재로 등재되었다. 이 이외 도성 문화와 관련이 많은 조선 왕릉 대부분이 경기에 집중되어 있다. 사정은 개성도 마찬가지이지만 경기도가 개성을 품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 상통한다.
들려온 소식으로는 개성 만월대의 남북 공동 발굴이 재개되었다. 한다. 지난 7월에는 고려 궁성 만월대 터에서 최대 규모 계단이 발굴 있었다는 보도도 있었다 남북대화가 꽉 막힌 상황에서 한 가닥 희망을 가지게 하는 낭보다.
그러나 문제는 분단의식의 고착화이다. 남녘 경기 주민과 북녘 개성 특별시 공민들 사이에서 이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더 더구나 분단 이전 개성이 경기도에 속해 있었다는 사실을 느끼는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통일의 기대 의식보다 분단의식의 고착화가 보다 큰 문제인 것이다.
이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세계의 모든 성주를 경이에 모아 도성 정삼 회담을 열고 소통과 충돌을 주제로 인류 문화 공동체를 지향해 나가는 ‘세계 도성 문화 포럼’ 개최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방한 했던 엘리자베스 여왕이나 만리장성의 성주로서 시 진평 주석, 그리고 크레물린 성주 푸틴 대통령도 초청하고 서울시장과 평양시장 그리고, 개성시장과 인천시장을 각각의 성을 대표하여 함께 초청하면 좋을 것이다. 성사 여부는 분명하지 않지만 모사는 사람이 꾸미는 것이지만 성사는 하늘이 정하는 것이다.
진용옥 경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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