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구조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비가 오면 우산을 준비하고, 날씨가 추워지면 따뜻한 옷을 입는다. 고용구조의 변화가 시작되면, 고용정책도 변화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비를 피할 수 있고, 그래야만 몸을 추위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은 ‘고용의 10대 구조적 변화’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고용노동시장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그 변화들을 중심으로 고용정책들이 변화할 필요가 있다.
첫째, 고용의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의 정책변화가 필요하다. 고용탄성치가 통계작성이래 최고 수준인 0.60p로 급등하였다. 고용탄성치는 경제성장에 따른 고용흡수 능력을 의미한다. 즉, 경제가 1% 성장했을 때에 고용이 몇 퍼센트 변화하였는가를 나타낸 지표이다. 1970년대 이후 고용탄성치가 추세적으로 하락하여 2000년대 후반 0.22p를 기록하다가 2010년대 들어 급등하였다. 즉, 경제성장세가 위축되고 있지만 취업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 기이한 일이 발생한 것이다. 본래 소비와 투자가 증진되면서 경제가 성장하고 이에 따라 일자리가 늘어나야 한다. 빵을 두 배로 키우지 않았는데, 먹을 사람만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투자가 증대되지 않은 경제에서 취업자에게 돌아갈 일자리의 질은 떨어지는 것이다. 취업자 각자에게 돌아갈 빵을 키울 수 있도록 고용의 질적 대책이 마련되어야 하겠다.
둘째, 노동공급 부족에 대비해야 한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이 가속화 되고 있다. 생산가능인구는 2016년 정점을 기록하고, 2017년부터 축소될 전망이다. 베이비붐세대는 노동시장에서 이탈하고, 25~49세의 핵심노동력이 감소하면서 2020년대에는 노동공급이 부족해진다.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현상이기 때문에 크게 간과할 수 있는 일이다. 아침에 비가 안 온다고 오후에 비가 안 오진 않는다. 우리 경제가 비 맞지 않도록 우산과 같은 대응책을 준비해야 한다. 노동력 부족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비경제활동인구를 적극적으로 노동시장으로 유인할 수단이 필요하다. 특히, 여성 비경제활동인구를 노동시장으로 유인하기 위해서는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환경마련이 절대적이다. 여성뿐만 아니라 청년을 노동시장으로 견인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외국인근로자를 활용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유연근로제가 확산되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근로시간과 장소 등의 면에서 비탄력적 근로형태를 중심으로 고용정책이 제시되었다면, 이제 판의 변화가 필요하다. 워킹맘(Working Mom)이 일반화되고 있다. 10년 전 기혼여성의 취업자 비중이 47.3%에서 2014년 50.5%로 증가하고 있다. 결혼 후 출산·육아·가사 등으로 인해 노동시장에서 이탈하던 여성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 등의 유연근로시스템을 확대하고, 보육시설과 유치원을 확충해야 한다. 유치원이 부족한 나라에서 어찌 여성고용을 확대하고 어찌 출산율을 제고시킬 수 있는가? 한편, 워킹던트(Working student)가 부상하고 있다. 이는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청년들을 일컫는다. 학업을 병행하는 청년 취업자의 비중은 10년 전 14.4%에서 2014년 19.2%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일-학습 병행제 및 청년인턴제뿐만 아니라, 마이스터고 등 재학 중 산업과 연계할 수 있는 형태의 취업이 확대되고 있다. 다만, 유연근로시스템이 질 나쁜 일자리로 정립되지 않기 위한 보완책들이 마련되어야 하겠다.
비가 오는 것은 눈에 보이고, 날씨가 추워지면 몸으로 느낄 수 있어 준비할 수 있다. 그러나 고용의 구조적 변화는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기 때문에 준비가 여간 쉽지 않다. 주의 깊게 변화를 이해해야만 정책적 준비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비를 맞거나 추위에 떨면 감기에 걸릴지 모르지만, 고용구조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면 경제위기에 처할 수 있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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