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가벼운 결속

벼랑은 백척간두

전 생애를 거는 곳

하필 거미는

그곳에 집 지을 생각을 했을까

날개 아니면 닿을 수 없는 허공 그 벼랑에

천둥 치고 벼락 때렸다

천지는 울고불고 전선은 까무룩 혼절하고

한바탕 구름 우화(羽化)의 기척 역력한 소란 뒤

나비와 잠자리 날개로 짠 실그물

하루살이 눈곱으로 지은 집

말짱하다

여린 것들끼리의 결속 저리 환해

끄떡없다

독거의 신전

벼랑에 온몸 실으면

먹어도 먹어도 가벼워진다고

한 채의 생

더없이 투명할 거라고

 

경기 이천 출생.

2002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2005년 계간『시작』등단.

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 경기문화재단 진흥지원금 수혜.

『내 영혼 21그램』『꽃의 복화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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