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또는 개혁이란 단어가 오랫동안 회자되면서 이에 대한 피로가 많이 쌓여져 있다. 직장인에게 이 단어는 상사들에게 단골메뉴로 받는 스트레스의 주된 요인이 되어져 버렸다. 회사 경영상태가 어려워지면 구조조정이란 단어와 함께 회자되는 공포인지도 모른다.
역으로, 회사를 경영하는 경영자그룹에게도 주된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혁신을 위한 구성원의 피로도는 엄청 높이 쌓여져 있음을 앎에도 불구하고, 정작 무엇을 혁신해야하는지와 혁신의 결과가 만족스러운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또 다른 혁신을 찾아 헤매게 된다.
예전의 삶은 자신의 일만 열심히 하면 됐다. 아니, 그렇게만 하더라도 주위의 변화가 자신의 삶에 영향을 주는 정도가 상대적으로 작았다. 그래서, 어제와 오늘한 동일한 일은 결과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 민감도가 높아져 있다.
지구 반대편 미국의 환율과 금리가 요동침에 따라 국내의 환율과 금리는 더 크게 요동을 친다. 어제와 오늘 동일한 하루를 보내었는데 회사의 성과는 그것은 기본으로 하고 외부의 변수에 의해 크게 출렁거린다. 유가가 큰 폭으로 변화할 때 정작 정유회사들은 유가결제 시스템에 따라 한 해 결산의 부호가 바뀌는 경우도 있다.
외국으로의 수출계약을 맺어 환호성을 올렸으나 환율의 변동으로 오히려 수출을 하면할수록 손해를 입는 기업도 있다. 대학에서의 교육시스템은 진보를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나 한해를 기본으로 움직이는 시스템은 입학정원의 급격한 감소로 인해 대학특성화란 이름의 구조조정을 요구받고 있다.
그러나, 회피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에 보다 분명히 우리는 우리의 환경에 직면해서 맞서야 한다. 혁신을 찾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면, 어디서부터 언제 시작해야 할까?
곤충학자 파브르가 좋아한 쐐기벌레란 곤충이 있다. 쐐기벌레는 맨 앞의 리더가 실같은 자국을 남기면 다른 쐐기벌레들이 일렬로 그 뒤를 따라간다고 한다.
파브르의 유명한 실험은 원형으로 쐐기벌레들을 놓아 관찰한 것이다. 쐐기벌레는 무려 6일 동안 원형을 유지한 채 뱅뱅 돌다가 대다수가 지쳐 죽고 한두마리만이 대형을 깨고 먹이쪽으로 움직였다고 한다. 추측컨대, 앞선 쐐기벌레가 움직이지 않으니 그제서야 다른 길을 찾았을 것이다.
그 미세한 다리로 6일을 꾸준히 움직이는 성실성을 오히려 존경해야할지도 모른다. 이 쐐기벌레들에게 혁신은 언제 어디서 시작해야 했을까? 필자는 소통의 부재에서 오는 공감대의 상실이 그 출발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쐐기벌레들도 그들만의 대화를 했을 것이다. 언제까지 가야하는지, 맞게 가고 있는 것인지, 똑같은 길을 가고 있다든지 등등. 그러나, 누군가의 문제제기에 전체는 둔감했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의 관성과 시간제약은 이것이 맞게 가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잠재워버렸다.
또한, 생각은 들었으나 그것을 말할 수 있는 대화의 분위기를 없애버려 구성원들의 의욕을 꺽어 버렸을 것이다. 바로 그런 상황이 혁신을 시작해야 할 때이다. 혁신은 리더부터 해야한다.
리더의 민감성이 조직의 생존과 직결된다. 이건희 회장의 삼성은 불량 삼성휴대폰을 공개적으로 불사르는 처절한 반성으로부터 시작됐고, 온 구성원을 하나로 묶는 소통을 이루워 냈다. 리더는 조직이 소통의 공감대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구성원이 소통과 의견개진의 의욕이 사라지면 모두 함께 의미없는 움직임으로 절망까지 힘겹게 가면서 죽는 것이다. 구성원들 사이에서 서로의 대화가 힘들게 느껴진다면 혁신을 시작해야 할 때이다.
이재성 인하공업전문대학 화공환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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