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장그래’에게 하는 무책임한 위로

“대책 없는 희망이… 무책임한 위로가 무슨 소용이야.” 얼마전 종영된 드라마 ‘미생’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청년 ‘장그래’에게 하는 상사의 말이었다.

비정규직 신입사원에게 정규직으로 전환될 희망이 없다는 의미였다. 드라마는 종영되었지만 그 울림은 필자의 마음을 이 글로 움직였고, 그 메시지는 우리 사회를 일깨우고 있는 것 같다.

청년이 힘들다. 청년은 한때 패기와 젊음을 상징하는 표현이었지만, 지금 청년기를 보내는 한국인은 어깨가 무겁다. 대학진학률은 올라갔지만, 학자금 대출을 받은 청년들이 늘었다. 대학졸업자는 늘었지만, 청년들의 사회진입이 지연되고 있다.

스펙은 늘었지만, 취업문턱을 넘기가 어렵다. 학자금 대출을 받은 대학생들은 2005년 18만명에서 7년 만에 181만명으로 무려 10배나 늘었다. 본격적으로 경제생활을 시작하기도 전에 빚더미에 억눌려 있다. 어떻게 청년이 짊어진 무게를 줄여줄 수 있는가?

첫째, 청년의 사회진입 기간을 단축시켜야 한다. 대학 졸업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어학연수, 인턴십, 스펙 쌓기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청년들은 취업을 준비하기 위해 대학 졸업이 지연되는 것이다. 그러나 졸업 후 또 다시 취업을 준비한다.

사회 진입이 지체되면서 학자금 등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받았지만 갚기가 어렵다. 정규교육기관의 교과과정을 보다 취업에 직접적 관련이 있는 커리큘럼으로 개편해 미취업자로 머무는 기간을 축소시켜야 하겠다.

고등교육기관 재학기간에 취업을 위한 준비과정을 마칠 수 있도록 교과과정과 산업을 연계한 시스템을 조성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둘째, 청년 일자리의 질적 개선이 요구된다. 청년고용을 잘 설명해주는 신조어로 워킹던트(Working stuDent)가 부상하고 있다.

이는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청년들을 가리킨다. 청년 취업자 중 워킹던트의 비중은 2004년 14.4%에서 2014년 19.2%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워킹던트의 평균임금은 2014년 92만1천원으로, 학업을 병행하지 않는 청년의 임금 180만8천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청년인턴제, 일-학습 병행제 등 학업을 병행하는 형태의 청년 일자리를 확대하고 있지만, 근로조건과 일자리 안정성이 떨어질까 우려 된다.

셋째, ‘일자리 사다리’가 마련되어야 한다. 업무성과에 기반해 비정규직도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중소기업에 취직해도 대기업으로 이직할 수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고졸 신입사원도 신분에 의한 평가가 아닌, 능력에 의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학력, 호봉, 직급에 따른 차등대우가 아니라, 능력, 성과, 노력에 따른 객관적인 평가 시스템을 마련하고,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장그래’에게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청년의 일자리 문제는 청년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 청년의 일자리 문제는 결혼연령을 지연시키고, 출산율도 하락시킨다.

안정적인 일자리 없이 부채를 청산하지 않은 채, 결혼이라는 상상은 청년의 머릿속에서 잊혀지기 마련이고, 경제적 부담이 출산의욕을 저하시키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지 못한 청년은 도전정신마저 실추되어 창업 및 취업의사도 떨어지게 된다.

더욱이, 청년인구가 축소되고 있는 작금의 노동시장에서 노동공급 부족현상을 야기하게 될 수 있다. 결국 국가의 생산성이 위축되고 경제 활력을 잃게 될 수 있다. 청년은 국가의 희망이고, 경제의 엔진이다.

청년 고용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만 한다. ‘장그래’에게 ‘대책있는 희망과 책임 있는 위로’가 필요하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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