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나라들이 국가운영의 근간으로 규제는 최소화하고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는 시장 메커니즘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안전과 관련된 분야에 한해서는 공공재(public goods)라는 특성에 근거하여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한다. 그중에서도 교통안전은 국민의 삶과 밀접하고, 피해규모도 대단히 크기 때문에 보편적 복지의 영역에서 국가운영의 주요 정책으로 다뤄지는 경우가 많다.
일본은 1970년 교통안전대책기본법을 제정하고 행정수반인 총리가 교통안전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적극적인 투자와 정책을 집행하고 있다. 미국도 대통령 직속으로 교통안전위원회(NTSB)를 두고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원인을 정밀 분석하여 재발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박근혜 정부의 출범과 함께 ‘교통안전 선진화’를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교통안전 수준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는 1978년 이후 최초로 4천명 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괄목할만한 감소세임에는 틀림없지만, 여전히 OECD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 국가의 교통안전 수준을 보여주는 ‘자동차 1만대 당 사망자 수’는 지난해 2.0명으로 전년대비 약 9%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OECD 평균인 1.3명에 비해서는 크게 못 미친다.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비용도 매년 GDP의 1% 수준에 달하고 있다.
교통안전 수준은 운전자의 의식과 같은 문화적 요인, 경제력에 의해 좌우되는 교통시설, 그리고 법률과 같은 사회규범 등이 복합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나타나는 성과지표이다. 따라서, 교통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 부분이 아닌 교육(Education), 시설(Engineering), 그리고 단속(Enforcement) 등을 함께 아우르는 범정부적 전략이 필요하다.
‘교육’ 측면에서는 연령별로 차별화된 테마를 바탕으로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단계별 교통안전교육 시행을 통해 체계적인 시스템을 확립하고, 운전자와 보행자는 물론 교통약자 등이 함께 고려된 입체적인 교육내용을 담아야 한다.
‘단속’은 학습된 교통안전 교육이 도로에서 실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운전자들의 유인체계를 작동시켜야 한다. 모든 교통법규 항목에 대한 맹목적인 범칙금 인상보다는 상습적인 위반위주로 강력한 처벌을 실시하고, 불합리한 준수 규정 현실화로 법규 준수율을 높여야 한다.
교육 및 단속의 한계를 보완하는 교통시설 개선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과속방지시설이나 회전식교차로 등으로 운전자 스스로의 안전운전을 유도하고, 방호울타리와 차로이탈시설 등과 같이 운전자들의 의도치 않은 실수를 보완해 주는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버스나 택시와 같은 사업용자동차의 특별관리가 요구된다. 디지털 운행기록 분석서비스를 활용한 운전행태의 과학적 분석과 함께 교통안전 체험교육 활성화를 통한 운행습관 교정을 통해 교통사고 위험요인을 제거해야 한다.
국민행복은 교통안전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체계적인 교육, 효과적인 단속, 그리고 시설개선을 통해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를 달성하길 기대해 본다.
오영태 교통안전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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