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안성 부시장, 호된 ‘구제역 신고식’

장영근 안성 부시장이 취임 첫날부터 호된 곤욕을 치렀다.

장 부시장은 지난 5일 천혜의 도농복합도시인 안성시에 부임했다.

하필 이날 소농가에서 구제역 의심 축이 방역 당국에 신고됐다. 신고를 접한 장 부시장은 기관 방문 인사 후 실과소별 업무 보고도 받지 못한 채 구제역 방역 근무에 나섰다. 그러나 구제역 확산은 소에 이어 돼지까지 이어졌다.

하루 만에 4곳 농장으로 확산됐다. 장 부시장은 권투경기에서 흔히 말하는 원ㆍ투 스트레이트를 강타당한 것이다.

장 부시장의 곤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숨도 몰아 쉬지 못한 상황에서 이틀 만에 3㎞ 반경내 돼지농가 3곳에서 또 구제역이 발생했다. 스트레이트에 이어 어퍼컷까지 맞은 꼴이다.

‘무슨 죄가 있길래’하면서 장 부시장의 곤욕을 지켜보자니 안쓰러움이 앞선다.

시장과 행정, 소방, 경찰 공무원도 구제역 근무로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든 것은 마찬가지겠지만, 장 부시장은 안성지역 부임 첫날이었기에 더 그렇다.

그는 취임식에 이어 간단한 기관 방문 인사를 마친 후부터 밤늦게까지 구제역 대책회의를 주재했다. 그간의 행정경험을 토대로 구제역 확산을 차단하고자 팔을 걷었다.

그 증거는 그의 옷에서 찾을 수 있다.

취임식 때 자신이 입고 있던 양복에 근무복 상의를 수령받고서는 다음날 갈아입을 옷은 하나도 챙기지 못했다.

눈코 뜰 새 없는 구제역 대책회의, 방역초소 인력지원, 상황실 점검, 공무원 비상망 연락 구축, 방역상황 등 모든 행정 업무를 모두 챙기다보니 갈아입을 옷은 안중에도 없었다. 제대로 잠을 못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어느새 그의 입술에는 물집이 생겼다.

‘공직자로서 당연한 업무인데’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공직자 모두가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불철주야 새벽 혹한을 가르고 근무에 열과 성의를 다하고 있는지 되돌아 볼 대목이다.

기자는 이번 구제역 사안이 비록 곤욕으로 장 부시장에게 다가왔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평소 그 자신이 갖고 있던 꼼꼼하고 빈틈없는 행정 지도력을 안성 발전을 위해 무한대로 발휘해 달라는 주문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없지 않다.

취임 당일부터 구제역 곤욕을 치르고 있는 장 부시장과 안성시의 아름다운 동행을 기대해 본다. 안성=박석원기자

안성=박석원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