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미년 새해가 시작됐다. 박근혜 정부 2년 동안 부동산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각종 대책이 쏟아져 나왔지만 대책 수립 직후 반짝 상승한 것 빼고 부동산시장은 아직도 요지부동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새해를 맞이했다고 특별히 달라질 것은 없을 것 같다. 지난해 보다 실물경기가 회복될 가능성은 없고 주택을 비롯한 부동산 구매심리는 여전히 냉각 상태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올해 부동산시장을 이끌 변수로는 어떠한 것이 있을까.
우선 저금리기조의 유지 여부다. 국내 부동산시장에 현재로서는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요인이기도 하다. 금리인상을 무리하게 추진했다가는 생계수단이나 삶의 터전을 잃게 되는 가계가 속출해 사회적으로 심각한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다. 게다가 세계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태에서 미국경기 호전(OECD가 2015년 미국 GDP성장률을 전년보다 0.9% 높은 3.1%로 전망)만으로 금리를 인상할 수는 없어 저금리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제는 저금리기조가 유지돼도 이로 인해 주택시장이 살아날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이다. 대출자금이 주택구입용보다는 전세자금이나 생계형 자금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저금리로 인해 자꾸만 늘어나는 가계부채로 인한 대출이자나 원리금 상환 부담이 갈수록 커져 적극적인 주택구매수요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다음으로 전세난 지속 여부이다. 벌써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전세난은 수요 대비 공급부족 탓도 내 집 마련 실수요자들의 구매여력이 없는 탓도 아니다. 바로 주택구매심리 저하가 가장 큰 원인이다. 주택구매심리 저하는 주택 매입 후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확신이 없는 이유로 주택구입을 꺼리고 있는 것이 그 하나요, 또 하나는 내 집 마련에 대한 필요성이 전처럼 그리 절실하지 않아졌다는 것이다.
1997년 말 외환위기와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두 번의 위기를 맞이하면서 이제는 주택보유가 부 형성의 기회라기보다는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해왔고, 주택 소유보다는 안정적 투자처를 선호하게 되면서 확실한 호재나 긍정적 신호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는 섣불리 주택구입을 하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해졌다. 이른바 학습효과가 부정적으로 나타난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 싶다.
전셋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이 전국 평균 70%를 넘보는 상황이고 지역에 따라서는 80%를 훨씬 웃도는 데도 매매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그만큼 주택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지지 않고, 주택 소유에 대한 절실함이 예년만 같지 못함에서 비롯되는 때문이다. 이런 경향이 올해라고 딱히 달라진 것은 없는 일이다.
정책적 변수는 어떨까. 지난 MB정부 이후 지금의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숱한 대책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그때뿐인 반응이고 지속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에는 역부족임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만큼 정책적 변수가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덜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12월 말 부동산3법이 통과되면서 더 이상 나올 수 있는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책도 거의 바닥이 났다. 종합부동산세나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세제 부문을 손댈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가뜩이나 부족한 세수문제로 이마저 여의치가 않다.
작금의 시장을 반전시킬 묘수가 마땅치 않을뿐더러 새로운 카드가 나와도 이에 대한 정책순응도가 떨어지고 지속적이지 못한 탓에 대책수립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부동산 활성화를 위한 대책이 더 이상 정책적 변수로 작용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에 봉착한 셈이다.
결국 부동산시장을 회복시킬 수 있는 요인은 금리도 전세난도 정책적 요인도 아닌 바로 실물경기 회복이다. 실물경기가 회복되어야 주택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심리가 살아나고 더불어 주택구매심리도 살아나면서 부동산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는 것이다. 별 효과도 없는 부동산대책에 시간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국내경기 활성화 및 내수경기 진작에 힘써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영진
이웰에셋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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