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산관리 대세는 복합점포다. 은행과 증권사가 한 점포에서 고객을 응대하는 신개념 점포이다. 두 회사 직원이 같은 상담실에서 손님의 재테크를 자문해 주고 필요한 금융상품을 파는 바야흐로 원스톱 금융이다.
올 들어 복합점포가 뜨는 이유는 우리 금융제도의 큰 변화 때문이다. 정부가 작년 말에 금융지주회사법령과 자본시장법령을 고쳐 은행과 증권사가 출입문을 같이 쓰고 고객을 상대로 공동 상담을 하는 동시에 은행과 증권이 각각 관리하던 고객 재산정보도 공유할 수 있도록 허용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은행은 은행업무만, 증권은 증권업무만 허용하는 금융 전업주의 제도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이다.
물론 이런 제도 변화의 원동력은 시장의 힘이다. 수요가 공급을 창출한다고, 고객들은 진작부터 이런 서비스를 원했다. 저금리와 고령화로 재테크는 해야 하는데, 복잡 다양한 금융상품을 스스로 이해하고 선택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금융사고도 많았고 시장의 신뢰는 추락했다. 편의성과 금융자문은 고객 중심의 금융을 위한 필요조건인데, 복합점포가 그 수요에 부응한 것이다.
복합점포는 금융회사에게도 절실했다. 고령화 시대에 금융은 소매금융이 본류가 될 수밖에 없다. 소매금융에서 새로운 혁신이 필요했다. 더구나 요즘 금융이 사양산업이라고 할 정도로 불황이다. 당장 두 회사가 하나의 점포를 같이 쓰니 임대료는 절반이다. 비용을 줄이면서 고객 편의성도 늘어나는 신의 한수가 된 셈이다.
취지가 좋다면 관건은 복합점포를 잘 도입하고 롤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어떤 제도든 처음에 원칙과 방향을 분명히 해야 한다. 처음부터 이상하게 디자인되면 경로의존성 때문에 바로잡는데 어려움이 따른다. 복합점포 원칙은 분명컨대 고객 중심의 금융 서비스이다.
편의성이 필요조건이면 고객 수익률은 필요충분조건이다. 고객에게 저금리의 대안을 찾아 주어야 한다. 개별 상품이 아닌 맞춤형 포트폴리오 자문과 상응하는 기대수익률은 은행 따로 증권 따로 체제에서는 실현될 수 없다.
그러데 지금 복합점포가 고객에게 공정한 자문과 최선의 포트폴리오 서비스를 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혹시 금융회사는 복합점포를 근시안적 수익 추구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신뢰 회복과 소매 자산관리의 명가가 되려는 장기적이고 차별화된 전략이 있는가? 곰곰이 자문해 볼 문제이다.
최근의 현상들은 조금 실망스럽다. 요즘 은행과 증권의 복합점포 짝짓기가 한창인데 모양이 독특하다. 은행들은 대부분 계열 증권사와 복합점포를 꾸린다. 이런 조합이 고객에게 최선인 경우는 계열은행과 계열증권이 업계 선두인 경우뿐이다.
고객 중심 복합점포는 최고 은행과 최고 증권사가 만나야 가능한데, 돌아가는 양상은 계열은행이 없으면 운용능력이 있어도 배제될 판이다.
보험이 복합점포에 불참한 바로 그 이유, 계열금융의 관행이 다시 시장흐름을 지배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불철저한 금융산업 제판분리가 제도적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다른 방식과 전략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
물론 계열 간 복합점포라고 고객중심성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직원성과 측정을 더블카운팅하고 평가지표로 고객 잔고와 수익률을 우선 지표로 사용하면 된다. 그렇게 된다면 복합점포는 금융산업이 보수(fee) 중심 경영으로 가는 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다.
아직 이런 지표를 선언한 곳은 없는 것 같다. 거꾸로 회사의 수익성을 복합점포의 성과지표로 삼으려는 흐름은 있다. 아쉬운 일이다. 성과지표가 고객과 직원의 유인을 일치시키는 방향이면 계열 복합점포라도 편견은 많이 줄어들 것이다. 관건은 개방형 채널이니까.
복합점포 경쟁에서 아쉬움은 고객중심 복합점포전략을 과감하게 선언하는 곳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짝짓기방식이나 성과평가방식에 과감성과 차별성이 없다. 동형화된 전략으로 시장을 이길 수 없다. 금융회사의 이노베이션과 진정한 고객중심 자산관리를 기대한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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