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오바마 연설의 울림이 큰 이유는?

“소수만 특출나게 잘 사는 경제를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노력하는 모두에게 소득과 기회가 확대되는 경제에 기여할 것인가? 상위 1%가 축적한 부에 걸맞은 세금을 내지 않아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구멍을 막자. 이 돈으로 가족들이 자녀 보육이나 교육에 쓰도록 활용할 수 있다. 자녀 보육을 곁가지 또는 여성의 문제로 취급하는 일은 이제 그쳐야 한다. 국가 경제의 우선순위로 다뤄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의 새해 국정연설이 세계적으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부자증세를 통한 중산층 살리기, 조세의 재분배 기능을 살려 양극화 심화를 막고 중산층을 두텁게 하자는 정책 방향에 대해 박수가 쏟아지고 있다.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연말정산에 대한 봉급생활자들의 불만이 폭발하며 조세저항 움직임이 일어나자, 집권 여당이 소급입법까지 적용해서 세금을 깎아주겠다며 허겁지겁 긴급 대책을 내놓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렇게 된 근본 원인은 지난 대선 때 여야가 경쟁적으로 정부의 재정운용에 대한 깊은 성찰 없이 표 얻기에만 급급해서 무상보육 등 복지공약을 마구잡이로 쏟아냈기 때문이다.

이제 그 약속들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재원 마련을 위해서는 국가부채를 늘리거나 증세를 해야 하지만, ‘증세 없는 복지’ 공약에만 집착하면서 부자들 세금 깎아주는 것은 그대로 놔둔 채 담뱃값 인상 등으로 ‘사실상의 서민 증세’를 편법으로 단행하며 서민들의 주머니만 털고 있기 때문에 납세자들의 분노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유리지갑으로 불리는 월급쟁이들이 들끓고 있다. 재벌 감세, 서민 증세가 불공정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다는 세금에 관한 금언도 있지 않은가?

새누리당 집권 7년 내내 부자 감세로 재벌들의 세금을 깎아줬지만, 일자리 창출과 투자 확대로 이어지는 낙수 효과는 없었다.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 이후 선진 각국이 부자증세를 하는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만 거꾸로 간 것이 문제였다.

그 결과, 2008년 236조 원이던 10대 그룹 상장사 사내유보금이 지난해 3분기 538조 원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그 돈으로 재벌 3, 4세들은 창업 선대들이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하고 세계로 뻗어나간 것과 정반대로 빵집, 떡볶이, 순대, 꽃꽂이 업종까지 싹쓸이하며 골목상권을 침탈했다.

지난해 세수 부족 예상액이 11조 원에 이르는 등 3년째 세수 결손이 확실한 상황에서 보다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능력에 맞게 부담하다는 원칙에 따라 이명박 정부에서 내린 법인세 최고세율(22%)을 다시 25% 수준까지 정상화해야 한다.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 당시 조지 소로스, 빌 게이츠, 워렌 버핏 등은 자신들의 세금을 올려달라며 청원까지 벌였다. 그것이 미국 경제 위기 극복의 동력이 되었다.

우리 대기업들도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대기업들이 스스로 세금을 더 내겠다며 자임하고 나서야 한다.

그렇게 되면, 국민이 대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질 것이다. 그것이 우리 사회의 갈등을 완화시키고 사회통합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 정치가 할 일이 이런 분위기를 조성하고 뒷받침하는 것 아닐까? 정치적 리더십이 절실한 순간이다. 오바마 연설이 미국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더욱 필요한 상황 아닌가?

김진표 前 민주당 원내대표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