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미디어 아티스트 박현기를 아시나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박현기 1942-2000’ 展
학창시절 메모·임종 전 스케치까지 3천여점 공개

▲ TV돌탑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에 영향받아 인상적인 작품을 남긴 미디어 아티스트 박현기를 재조명하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과천관에서 오는 27일 박현기의 작품과 아카이브 등 3천여 점을 선보이는 특별전 <박현기 1942-2000> 을 연다.

이번 전시는 지난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이 기증받은 작품 2만여 점을 2년여의 정리 작업 끝에 공개하는 자리다.

대표작부터 학창 시절에 쓴 메모, 2000년 임종 전에 남긴 스케치까지 그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최초로 공개하는 자료도 많아 관심이 뜨겁다.

박현기는 1970년대 대구현대미술제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해 1990년대 국내에 비디오 아트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는 우연히 백남준의 작품인 를 본 뒤 감동을 받아 본격 비디오 아트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그를 대표하는 작품은 1978년에 선보인 <비디오 돌탑> 이다. 그는 진짜 돌 사이에 돌을 화면에 띄운 TV를 놓고, 어떤 게 진짜 돌인지 물었다.

이 작품으로 박현기는 세계 무대에 초청돼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 <물기울기> <도심을 지나며> 등 실재와 허상을 비교하거나 구분 자체를 모호하게 만들어 대립되는 가치들의 공존을 꾀했다.

 

▲ 만다라

임종 전인 1990년대 후반에는 <만다라> 시리즈, <현현> 시리즈 등을 통해 정적인 부분과 동적인 것, 전통과 문명 등의 가치를 비교하고 조화로운 공존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에로틱한 영상을 50여 개의 조각으로 나누어 배치한 <만다라> 는 작품명에서 드러낸 전통적 가치와 비디오라는 현대의 가치를 결합시켜 ‘조화’를 말했다.

<현현> 시리즈는 잔잔한 연못 영상을 사각 돌판에 비춰 한폭의 산수화 같은 정적인 가치와 동적인 느낌을 한데 묶었다.

이번 전시는 이 작품들을 모두 만나며 그가 시도했던 ‘대립되는 극단의 조화’라는 작품 세계를 접할 수 있는 기회다.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는 “백남준이 세계적인 아티스트인 건 자명하지만 국내 활동은 1980년대였다. 하지만 박현기는 이미 1970년대부터 국내 위주로 작품활동을 한 토종 미디어 아티스트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그가 말하고자 한 조화라는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5월25일까지 이어진다.

신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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