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경제 살리고… 추억의 먹거리 알려요”

‘엿기름의 대가’ 임춘랑 정남영농조합법인 대표

“명절을 앞두고 가래떡에 조청을 찍어 먹고 식혜를 나누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농촌경제를 살리고 전통 먹거리의 소중함을 전하는 데 힘닿는 데까지 노력할 겁니다”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묵묵히 생업에만 종사해오던 임춘랑 화성시 정남영농조합법인 대표(56). ‘엿기름의 대가’로 통(通)하던 임 씨가 이른바 CEO로 불리게 된 데는 주위의 사업권유가 한몫했다.

정작 임 대표가 사업에 발을 들인 것은 단순한 이익창출 때문이 아니다. 엿기름을 수입하는 생산구조를 토종 엿기름을 판매하는 시스템으로 바꾸고자 하는 열망이 컸다. 그래서 지난 1999년 정남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사업 초기 집에서만 만들던 소량의 엿기름과 달리 대량생산의 벽에 가로막혀 쓴 실패도 맛봤다고.

“보리 수십 자루를 버리고 나서야 시어머니의 충고를 따랐어요. 친환경 고품질의 엿기름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라는 임 대표. 현재 한과공장과 엿 공장 등에 정기 납품을 하는 어엿한 공장 시스템을 정착시켰다.

여기에 농림부에서 전통식품인증(농림전통 193호)을 획득하고 화성시 농특산물 통합 브랜드 ‘햇살드리’ 사용승인까지 받아 쌀과 조청 등 주력상품을 농협하나로마트 등 250여 곳에 납품하고 있다.

임 대표의 도전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재료 선별부터 제품 생산까지 그의 손을 거치는 데 문제가 없었지만, CEO로서 경영 마인드를 갖고 운영까지 잘하는 데는 자신이 없었기 때문. 이를 극복하고자 임 대표는 한국 농업대학 CEO 과정을 수료하고 지난해 농촌여성대상 경영 부문에서 대상을 차지하는 영예도 안았다.

전통식품 사업가, 생활개선경기도연합회장 등 직함도 많아졌다. 꿈도 커질 수밖에 없다. 엄마의 뒤를 이어 전통식품업계에 뛰어들겠다는 큰딸 안연실씨(30)와 함께 전통식품 체험장을 만들어 우리 먹거리를 직접 만들고 고유문화의 소중함을 깨닫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첫 번째다.

이어 방글라데시 등 의료서비스가 낙후된 나라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도록 간호학과를 개설하고 제3세계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 인류애를 실천하는 것이 두 번째다.

임 대표는 “가족과 조합원 회원과 함께 국내산 겉보리의 수요 촉진을 위해 계약 재배한 원료를 사용, 우리 농산물의 소비를 늘리는데 일조하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화성=강인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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