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학도 할머니들 한글공부 삼매경 “못배운 평생의 恨 풀어 행복해요”

의정부 가능 3동 주민자치센터 한글문해 교실 8명 어르신들 학생으로 돌아가 공부… 활력↑

▲ 의정부시 가능3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열린 성인 한글문해 교실에 참가한 어르신 수강생들이 최규필 강사의 지도로 한글을 공부하고 있다.

의정부시 가능 3동 주민자치센터 할머니 8명이 2일 오후 2시에 일주일 만에 만난 친구들과 차를 마시며 즐겁게 이야길 나눈다. 이어 책과 노트를 펼쳐놓고 선생님과 함께 손뼉을 치며 노래를 부르는 등 즐거운 모습이다.

“내 나이가 어때서”, “배움에 나이가 있나요” 등 한바탕 노래를 부르고 귀 마사지까지 마친 할머니들은 일제히 선생님께 인사를 한다. 대부분 70대인 할머니들은 출석을 부를 때마다 손뼉을 치며 서로를 격려해준다.

“자! 오늘은 12과 ‘어부’를 공부합니다”

40여 년 동안 교육현장에 있다가 연천 왕상 초등학교를 정년 퇴임한 최규필 전 교장(67)이 선생님이다. 최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한글 모음 ㅓ, ㅕ, ㅜ, ㅠ, ㅡ, ㅣ 와 짝을 이룬 어부, 여자, 너구리, 겨자 등 단어를 익히고 써본다. 반복해서 따라 읽고 쓰는 할머니 학생들의 표정이 진지하다.

가능 3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성인 한글문해 교실의 모습이다. 가능 3동은 전체 인구 1만 1천여 명 중 노인인구가 15%에 이를 정도로 많은데다 배움의 기회를 놓쳐 한글을 깨우치지 못한 어르신이 많은 점에 착안해 한글문해 교실을 열었다.

매주 월요일 오후 2시부터 1시간 동안 수업을 한다. 지난해 12월부터 겨울방학에 들어갔다가 올해 들어선 지난달 9일 개학했다. 학생 중 80대가 3-4명, 70대가 5-6명으로 대부분 70대 이상이다.

국가평생교육 진흥원이 펴낸 초등생과정 성인문예 교과서 소망의 나무 1권으로 교육을 하고 있다. 1~4단계(초등학교 1~6학년 수준) 과정 중 현재는 1단계 초등학교 1, 2학년 수준으로 한글 자음, 모음과 함께 간단한 단어를 읽고 쓰는 단계다. 10여 명이 대부분 지난해부터 강의를 받고 있다.

이모 할머니(75세)는 “배우지 못한 평생의 한을 풀고 있다. 학생으로 돌아가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고 정을 나누니 젊어진 기분이 든다. 행복하다”고 말했다.

최규필 선생님은 “진도를 나가는 것보단 모두가 한글을 익혀 쓰고 읽는 의사표현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정부=김동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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