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이웃 인생길 동행… 자비의 도량 ‘18년’

여주 신륵사 ‘사회복지사업’ 만개

국토 대동맥 오대산에서 시작된 광주산맥의 봉미산 자락에 있는 신륵사(주지 청곡스님)는 여주평야를 가로질러 흐르는 남한강(여강)에서 날뛰는 용마(龍馬)를 고승이 제압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고려말 3대 화상 중의 하나인 나옹화상이 입적한 곳이며 조선시대의 유학자 이색과 권근, 김종직 등 많은 성현이 이곳을 찾아 시를 남긴 국내 유일 강변사찰이다.

정토를 꿈꾸는 천년고찰 신륵사는 문화재 보존이나 복원, 참배객 편의시설 확충 등 불사 대신 지역사회의 낮고 어두운 곳을 살피고 보듬는 사회복지사업(사람불사)에 투자, 1995년부터 지난해까지 18년간 아름다운 동행을 하고 있다.

불교환경연대 집행위원장을 맡아 환경운동을 벌여온 세영스님(전 신륵사 주지)은 오랜 세월 지역의 그늘진 곳에서 일해 왔다.

그는 “불교의 사회적책임과 역할이란 무엇인지 고민하다 복지와 동행했지요”라며 “누구도 나서지 않는 일을 우리가 하자, 그래서 시작했고 그동안 열정과 관심을 갖고 원력을 다해 하다 보니 지역사회 복지 중심에 서게 됐지요”라고 말했다.

신륵사가 벌이는 여주지역 사회복지사업은 다양하다. 아동, 청소년, 노인 장애인, 이주민, 성폭력과 가정폭력 피해자, 저소득층, 제소자 등 손길이 필요한 곳에 들어가 맞춤 복지사업을 벌이고 있다.

■ 나를 찾아 떠나는 템플스테이 ‘신륵학당’

천 년을 이어온 불교의 역사와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숲길을 산책하면서 일상의 분주함을 잠시 쉬어가고 차 한잔과 소중한 인연이 함께 어우러진 신륵사만의 풍경을 경험할 수 있는 템플스테이는 자연 속의 자신의 참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신륵학당은 부처님의 참된 가르침과 참선공부, 불교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을 위한 ‘정혜반(주간)’과 초발심자경문을 배우고 염불과 ‘불교의식 전문반(야간)’을 운영한다.

지난 4일 개원한 신륵학당은 53명의 수강생이 참여한 가운데 연중 2회(상ㆍ하반기) 학사일정으로 오는 12월 말까지 매주 수요일(오후 1시부터 4시까지)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총 30강을 운영, 기초적인 불교 예법과 문화 등을 쉽고 재미있게 강의하고 있으며, 여름불교학교는 여름방학 어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청곡 주지 스님을 비롯한 지덕, 인법스님 등이 직접 특강에 나선다.

 

■ 노인·장애인 ‘챙기기 앞장’

신륵사는 여주시 노인복지관과 장애인 복지관을 위탁받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만 60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무료운영하고 있다. 또 신륵사노인복지센터와 노인요양원, 장애인보호작업장, 통합여성장애인 쉼터(소빛)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복지사업을 펼치고 있다.

여주시 노인복지관은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의 건물에 수영장 등을 갖춘 시설로 5천여명의 회원이 다양한 취미생활과 건강 등 40여 가지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 또 거동이 불편한 홀로 사는 노인 80여 가구에 주 2회 무료 반찬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복지관 2층 라인댄스반 ‘다 함께 차차차’ 프로그램은 인기가 최고다. 멋지게 차려입은 노신사와 숙녀가 마주 보고 스텝을 밟으며 신나게 리듬에 맞춰 춤을 익힐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여기에서 배운 춤 솜씨로 각종 춤 대회에서 금상과 대상을 받기도 했다.

여기에 180개의 노인 일자리 사업을 펼치고 있다. 여주시 장애인 복지관은 장애인의 문화적 욕구 충족을 위해 900여명의 회원 중에서 매일 300여명이 복지관을 찾아 다양한 문화예술활동을 하고 있다.

복지관 1층 로비에 자리 잡은 ‘카페 하리’에는 전문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자격증 취득자가 직접 커피를 뽑아 서비스한다. ‘여강에서 온 편지’ 소식지 제작에 사회 각 분야에서 장애인 작가들이 재능기부에 참여, 붓글씨 등 서예와 민화, 사진 등의 작품제작에 참여해 인기가 높다.

 

신륵사노인요양원(원장 변명숙)과 노인복지센터(센터장 혜철스님)는 봉미산 맑은 공기와 남한강 수려한 풍광을 자랑한다.

건물 1층은 노인복지센터, 2층은 노인요양시설로 주간보호(15명)와 단기보호, 365돌봄, 재가노인서비스, 방문요양서비스, 요양원(19명) 등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다양한 복지사업을 진행,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다.

신륵장애인보호작업장(원장 이석자)은 장애인 직업재활훈련프로그램으로 중증장애인을 교육한다. 직업 능력이 낮은 장애인들이 직업에 적응하는 법을 익히고 일하는 능력도 키우는 곳이다.

작업장에서는 지퍼백과 커터 칼 생산과정, 국화와 자생화 재배 등 꽃을 키우는 농장일 등을 하면서 직무 기능과 본인의 취향 등에 맞는 일을 진행하고 있다.

여성장애인통합보호시설(소빛)에는 방마다 이름이 붙었다. 능소화, 작약, 금낭화 등 예쁜 꽃 이름으로 방을 꾸몄다. 소중한 빛들이 모여 사는 집에는 아무나 들어올 수 없고 나갈 수도 없다.

장애인 전용 가정폭력과 성폭력 등 피해자들의 자연치유 공간이다. 이들을 안전하게 지켜주기 위한 다양한 교육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쉼터다.

■ 어린이ㆍ청소년에도 남다른 관심

우리의 미래 희망인 어린이와 청소년 복지를 위해 신륵사는 선재와 연꽃 어린이집, 지역아동센터, 선우학교, 나옹예술제 등의 사업으로 어린이ㆍ청소년복지에 앞장서고 있다.

선재어린이집은 0세부터 2세까지 영아를 대상으로, 연꽃 어린이집은 2세부터 5세까지 어린이를 연령별로 나누어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7시30분까지 12시간 어린이를 보살피고 있어 학부모 사정에 따라 보육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신륵지역 아동센터는 맞벌이 부부를 위한 아동복지 시설로 오후 1시부터 8시까지, 방학 기간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아동복지교사와 학습 도우미교사들이 아이들이 몸과 마음을 보듬어 주는 곳이다.

▲ 주지 청곡스님

선우학교(대안학교)는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치유하는 위탁 교육기관으로 경기도교육청 지정 중학교과정 대안학교다.

전교생이 14명인 선우학교는 입학 후 첫 수업은 108배로 시작한다. ‘난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를 생각하며 첫 번째 절을 시작으로 108배를 마치고 나면 아이들이 변하기 시작한다는 것이 학교 측의 설명이다.

나옹예술제는 청소년들이 문화예술적 기량을 겨루면서 전통문화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자 1997년부터 백일장과 사생대회, 풍물대회 등을 매년 개최, 초ㆍ중고교 학생들의 예술한마당 축제로 성장하고 있다.

여주=류진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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