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광교역 줄다리기

이용성 사회부장 ylees@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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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과 용인이 ‘광교역명’을 둘러싼 논란으로 떠들썩하다. 아니 총성 없는 한바탕 전쟁을 치르는 듯한 모습이다. 수원에서는 경기대학교가 인근 역사명이 자신들이 주장하는 ‘경기대역’이 아닌 ‘광교역’으로 정해지려 하자 대규모 항의집회를 하는 등 집단 반발하고 있다.

또 용인에서는 상현동 주변 역사명을 ‘상현역’으로 추진하자 광교신도시에 거주하는 상현동 주민들이 ‘광교역’을 주장하며 발끈하고 있다.

광교역명을 놓고 지역사정에 의해 갈등이 초래되고 있는 것이다. 양측의 반발규모는 중앙정부와 지자체를 상대로 한 대응강도면에서 만만치 않은 양상이다. 수백~수천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는 물론 시장 주민소환 방침 등 강경일변도의 투쟁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광교신도시에 들어서는 신분당선 역사는 가칭 ‘SB05역’, ‘SB05-1역’, ‘SB04역’ 등 3개로 그동안 경기도청역(SB05역), 경기대역(SB05-1역), 신대역(SB04역)으로 불러왔다.

이번에 문제가 되는 역사는 경기대역과 용인 상현동에 위치한 신대역이다. 우선 수원시의 광교역 명칭 움직임에 한없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경기대 사정부터 짚어보자. 경기대가 당초 정부가 약속한 경기대역이 아닌 광교역 선정 추진에 땅을 치며 속상해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지난 2006년 당시 건설교통부는 ‘신분당선 연장선 복선전철 사업 계획’을 발표하면서 경기대와 논의 없이 학교 인근에 차량기지를 설치한다는 내용을 포함해 학교를 부글부글 끓어오르게 했다.

이에 경기대는 연장노선 일괄착공, 경기대역 설치, 차량기지 이전을 골자로 한 청원서를 제출해 건교부로부터 차량기지 주변에 경기대역을 설치하겠다는 답변을 받아냈다. 당연히 정부입장인 만큼 경기대역이 확정된 것으로 학교 측은 받아들였다.

하지만 최근 수원시 시민배심원단이 광교역 명칭이 적합하다는 평결을 내리면서 광교역 명칭 결정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경기대가 울화통이 치밀어 오르는 대목이다.

학교측은 차량기지 설치라는 피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약속을 받아냈던 경기대역을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는 강경입장이다. 오죽했으면 학생은 물론 교직원, 교수까지 나선 경기대인 1천500여 명(경찰추산)이 최근 대규모 집회를 열고 울분을 쏟아냈을까 싶다.

수원에서의 역명 싸움은 용인 상현동에선 또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용인시가 지명위원회를 통해 상현동 광교신도시에 건설중인 역사의 명칭을 1안 ‘상현역’ 2안 ‘상현광교역’으로 심의 의결하자 인근 주민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광교역명을 따내기 위해 반발이 한층 거세지고 있다.

특히 지난 13일에는 주민 200여 명이 용인시청 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여는 등 집단 민원을 제기하고 있으며, 광교역이 안되면 시장 주민 소환 등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선전포고까지 했다. 이들은 인터넷 여론조사를 통해 광교역 명칭을 사용하자고 했는데도 용인시가 이를 무시한 채 역사명 선정을 일방통행식으로 한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렇듯 꼬일대로 꼬여버린 광교역명을 둘러싼 논쟁은 올해 하반기 국토교통부 역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마무리된다. 국토부로선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닐 것이다.

수원과 용인에서 벌어지는 광교역 싸움에 있어 어느 편의 손을 들어주든지 또 다른 파장으로 이어질게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이번 결정에 있어 중심을 잡아야 한다.

경기대 주장에 대해선 과거 약속이라고 해도 정부와 학교간 이뤄진 신뢰문제가 있는 만큼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또 용인 상현동 역사명 문제도 지역현실에 맞도록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갑작스럽게 역사명 선정 방식을 바꾸라는 것이 아니다.

두루두루 지역여건을 살펴 합리적인 결정을 도출할 수 있는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보라는 것이다.

이용성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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