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싱가포르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가 향년 91세로 별세했다. 권위주의적 독재자라는 평가도 있지만 말레이 반도의 가난한 어촌을 1인당 GDP 5만 달러가 넘는 아시아 물류 중심지로 키워낸 그의 리더십을 세계가 추모하고 있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가치와 꿈을 실현하기 위해 일생을 매진하다가 그를 그리워하는 많은 이들의 배웅 속에 삶을 마감한다는 것이 얼마나 보람된 일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정치 지도자가 아니더라도 평범한 개인의 입장에서도 순탄하게 인생을 정리한다는 것이 커다란 복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 어르신 세대는 그럴만한 보상을 받아야 할 삶을 살아오신 분들이다. 식민 지배와 전쟁의 참화를 겪고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를 먹고 살만한 나라로 만든 것이 모두 그분들 덕분이다. 먹을 것, 입을 것 아껴가며 자식교육에 전력투구했으며 이러한 세계 최고의 교육열이 초고속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어르신들은 스스로의 노후를 위해서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고 국가마저 고속성장의 신화에 빠져 사회안전망 구축에 미흡했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며 노인세대가 고통받고 있다. 부끄럽게도 노인빈곤율이 48.6%로 OECD국가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19.4%) 영국(10.5%) 독일(9.4%) 등 OECD 평균(11.6%)보다 4배 가까이 높다.
빈곤율과 함께 노인자살률도 OECD 국가 중 부끄러운 1위이다. 2013년 인구 10만 명 당 64.2명의 노인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경기도의 경우 72.7명으로 사정이 더욱 심각하다. 광역단체 중 5위라고는 하지만 사망자 숫자는 가장 많다. 특히 65~69세의 젊은 노인(42.2명)보다 80세 이상의 후기 노인(94.7명)의 자살률이 더욱 심각하다.
노인자살은 경제적 어려움, 건강, 외로움이라는 3고(苦)가 복합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노인자살률을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3고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첫째 노후소득과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기초연금 수혜 대상자를 현행 70%에서 80%까지 확대해야 한다. 특히 어르신들의 지혜와 경험을 활용하기 위한 고령친화적 일자리를 적극 제공해야 한다. 일례로 아동학대로 문제를 빚고 있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이 논란이 되고 있지만 그보다 확실한 것은 고학력 주부나 어르신들을 유아돌보미 보조교사로 활용하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연 1조 원의 재정을 투입하면 10만 명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둘째 어르신들의 의료비와 간병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간병서비스의 건강보험 급여화, 보호자 없는 병원 확대 등과 함께 치매, 중풍 등 가족파괴형 질병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어르신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커뮤니티를 지원해야 한다. 경로당, 노인대학 지원을 확대해 어르신들의 여가와 취미 활동을 활성화해야 한다.
급격한 고령화 속에서 생산가능인구 한 사람이 부양해야 할 노년인구 수가 2012년 기준으로 16.1명으로 늘어났다. 더 이상 부모의 노후를 가족에게만 전적으로 맡겨서는 안 된다. 이제는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어르신 세대에게 국가와 사회가 효도로 답할 때이다.
김진표
前 민주당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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