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어떤 교육을 대학에 원해야 하는가

대한민국의 교육열은 세계에서 유명하다. 단기간에 이루어낸 괄목할만한 성장의 배경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그러나, 의문이 있다. 이러한 교육열 속에서 우리의 자녀가 대학에서 받기를 원하는 공부는 어떤 것인가?

대한민국에서 대학은 인생의 많은 부분을 결정한다. 이것에서 실패하면 인생이 불행해진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막기 위해 어린 학생들이 공부한다는 것은 우리가 받아들이고 있는 슬픈 현실이기도 하다.

그래서, 초등학교 때부터 입시준비를 위해 그에 맞는 맞춤형 학원들과 과정들이 즐비하다. 자녀가 없을 때는 엄두도 내지 못할 부담을 막상 자녀가 그런 시기에 닥치면 대한민국의 부모들은 자녀를 위해 희생하는 마음의 각오를 다지게 되며 숙명처럼 받아들인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생겼다. 예전에는 대학을 보내기만 하면 되었다면, 이제는 대학을 마치는 것도 어려워졌다. 또한, 그 이후의 삶 역시 보장하기 어렵다. 힘들게 대학을 마쳐서 직장을 가졌으면 행복할 거라 생각했으나, 이 또한 그리 긴 시간을 보장받지 못한 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다. 또한, 자녀를 보내고 싶은 직장도 그리 많지가 않다는 것이다.

필자의 부친께서 어린 시절 자주 해주신 말씀이 ‘남과 같이 해서는 남 이상 될 수 없다’였다. 주로 공부를 하는 것에 이용되었다. 최고의 직업을 찾기 위한 꿈을 위해 젊은 날의 고단함은 견뎌야 하는 것이었다.

필자는 공부가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는 몰라도 할 줄 아는 것이 그것 밖에 없었다. 현재 또한 자녀들에게 미친 듯이 달음박질하기를 종용한다.

그러나, 결승점이 어디인지를 알려줄 수 없다면, 자녀들에게 얼마나 달려야 하는지, 맞게 가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시원한 답을 해줄 수 있을지에 의문이 든다.

공부를 한다는 것과 학습능력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사실적인 정보를 접할 때, 얼마나 빨리 이해하고 암기하는 것은 학습능력이다. 공부는 접한 정보를 통해 왜 그럴까, 이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것이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것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를 사고하는 것이다. 그래서 질문과 토론이 중요한 것이다. 이 질문을 통해 새로운 원리를 발견하게 되고, 더 나아가 혁신과 진보를 이루어내게 된다.

대학은 이 질문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키우며, 토론을 통해 자신과 다른 사람의 생각이 다름을 인정하는 것을 배우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대학에서 공부를 할 수 있는 것은 무엇과 비교할 수 없는 큰 특권이다.

MIT 미디어 랩이 공유하는 철학이 있다고 한다. 질문의 답을 찾지 말고 질문을 찾아라. 혼자만의 생각에서 벗어나 함께 협력하는 공부를 하라. 그리고, 상상하라.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다고 믿고 있는 모든 것에 도전하라. 이것이 MIT가 갖고 있는 창의력의 원동력이다.

학생들마다 질문을 만들어내는 능력과 소통할 수 있는 토론을 통해 사고의 폭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을 대학에 기대하고 싶다.

이것이 전란 후 세대들이 이루어낸 고도성장을 현재와 후대들이 더욱 빛낼 대한민국의 밑거름이라 생각된다. 세계의 국경이 없는 네트워크시대에 대한민국이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이런 공부를 많이 한 사람들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재성 인하공업전문대학 화공환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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