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없는 가구’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전·월세 가구의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이 최근 회복세를 보이면서 ‘내 집 있는 가구’는 한시름 놓았지만, ‘내 집 없는 가구’의 한숨은 늘고 있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대로 초저물가를 기록함에도 불구하고, 전세금은 3%대의 높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비싼 전셋집마저 찾기 어려워 월세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임대점유 가구 중 월세 비중은 2006년 45.8%에서 2014년 55.0%로 상승하고 있다. 내지 않던 월세를 부담하게 된 가구는 살림이 더 어려워진 모습이다.
가계의 주거비 부담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슈바베계수가 있다. 슈바베계수는 총 소비지출액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한다.
그러나 기존 슈바베계수의 주거비에는 월세지출액만이 반영되어 한국의 전세제도상의 특징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늘어나는 보증부 월세나 빠르게 상승하는 전세금에 대한 부담 등이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은 ‘전월세 보증금 보정 슈바베 계수의 추이 분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전·월세 거주 가구의 보증금이 주거비로 반영된 슈바베계수를 발표하였다. 전월세 보증금을 반영한 결과, 임차가구의 주거비 부담이 소비지출의 3분의 1수준을 넘어섰다. 2010년 30.4%에서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2014년 34.5%를 기록하였다. 전월세 가격이 급등하고, 보증부월세의 보증금 마련부담이 반영된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현상을 설명해 준다.
전월세 보증금을 반영하여 주거비 부담을 나타내는 슈바베계수는 몇 가지 중요한 특징을 지닌다. 첫째, 전월세 가구의 주거비 부담은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월등히 높다. 저소득층 임차가구의 주거비 부담은 2014년 기준 41.4%로, 임차가구 전체 평균 34.5%보다 높은 수준이다. 둘째, 비도시 거주 가구의 주거부담은 완화되고 있으나 도시거주 가구의 주거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비도시 거주 가구의 경우 2010년 23.2%에서 2012년 25.5%로 상승하다가 이후 하락세를 보이며 2014년 24.3%를 기록한 반면, 도시 거주 가구는 2010~2014년 동안 31.0%에서 35.8%로 상승세를 지속하였다. 전월세 보증금 가격이 수도권 등 인구밀집도가 높은 도시를 중심으로 상승하였기 때문에 도시와 비도시 간 격차가 확대된 것이다.
특히,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 수요는 유지되고 있는데 반해 공급이 충분하지 못하여 전세금이 상승하는 데에도 원인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셋째, 가구주의 연령이 40대 이상인 가구의 주거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가중되고 있다. 가구주 연령이 40대 이상인 임차가구는 그 부담이 2010년 30.9%에서 2014년 35.2%로 확대됐다. 부양가족이 많아 상대적으로 넓은 평형대의 주택에 거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 집 없는 가구’를 위한 주거안정 대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전세 공급량을 늘리는 일이다. 미분양 아파트를 활용하여 전세물량을 확보하고, 소형 및 임대주택의 공급을 늘릴 수 있다. 행복주택 등의 공공임대주택 공급도 지속하여야 하고, 민간자본을 참여시켜 건설임대 공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미분양주택 매입 임대사업’, ‘토지 소유자의 임대주택 공급’ 등에 대한 세제 혜택, 금융 지원 등 추가적인 인센티브 제공 방안도 마련된다면, 임대주택 공급이 확대되어 주거불안을 작게나마 막을 수 있겠다. 한편, 저소득층의 정주 여건 개선에 힘써야 한다.
가구구조 변화에 대응하여, 1~2인용 임대주택 및 고령친화적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함으로써 저소득층 정주 여건을 개선할 수 있다. 미분양된 중대형 아파트를 리모델링·재건축하여 저렴하고 실용적인 소형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방식도 검토해 볼 수 있다.
저소득층 등에 한하여 주거 안정을 위한 임차인 보조금 확대, 저리 융자금 확대 등에 주력하는 대안도 필요할 수 있다.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통해 ‘집주인’에게 떡을 줬다면, 주거안정을 통해 ‘세입자’에게도 떡이 돌아가야 하겠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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