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들 꽃

신작로 질경이처럼 살아오신 어머니

꽃씨에 숨은 꽃잎처럼

어머니라는 이름 석 자

쌈짓돈처럼 움켜쥐고 있던 어머니

제비꽃 봄을 여는 아침

떠날 채비를 허며 남긴

어머니 말씀

너를 위해 살아라

절래절래 고개를 휘저어도

시나브로 당신을 닮아가는 삶

그렇게 잊고 있던

너를 위해 살아라

어느 날 문득

텅 빈 소파에 들러붙은 외로움이

드라마에 울고 웃으며

거실 한 쪽 귀퉁이

시들어가는 화분마냥

축 늘어져 굼실거리는

시계바늘 사이로 비집고 들어온

너를 위해 살아라

엄마라는 텃밭 가장자리에

여뀌, 쇠별꽃 벗삼아

들꿏처럼 키워가는 어릴 적 꿈

나를 위해 사는 삶

이름을 불러 내게로 온 들꽃처럼

척박한 일상에 뿌려져 꿈으로 여문

어머니의 마지막 사랑

너를 위해 살아라

 

1969년 충남 서산 출생, 제30회 경기여성기회대회 시부문 최우수작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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