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에도 살아남는 질긴 생명력 도내 아파트·공원에 대규모 출몰 올 신고건수 벌써 600건 넘어
도심과 농촌지역 수목 등에 기생하며 그을음병을 일으키는 ‘깍지벌레’가 경기지역 곳곳에 대규모로 출몰하고 있다.
더욱이 부화 10일 만에 몸에 깍지(껍데기)가 갑옷처럼 생겨나는 깍지벌레는 방역 후에도 살아남아 수목을 고사시키는 생명력을 가지고 있어, 방역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8일 오전 10시께 수원시 권선구 금곡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 식재된 살구나무 10그루에는 하얀 좁쌀 모양의 깍지벌레 수백~수천마리가 가득했다. 이미 10그루 중 2그루는 깍지벌레에 의해 고사된 상태였고 나머지 8그루도 깍지벌레와 분비물로 온통 그을음이 져 있었다.
나무에 벌레가 가득하다는 민원이 계속되자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조경용역업체를 통해 지난달 나무 일부를 잘라내고 방역작업을 벌였으나 나무는 죽고 깍지벌레는 여전히 살아남아 있는 상태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벌레가 생겨 조경업체를 통해 방역했으나 (깍지벌레가)죽지 않고 살아남아 나무들을 죽이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해 7월 평택시 합정동에서도 벚나무 40그루에 수천마리의 깍지벌레가 출몰, 시가 위탁 준 조경용역업체가 방역작업을 진행했으나 깍지벌레는 사라지지 않고 나무들만 고사하거나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등 피해를 입었다.
특히 지난 1년 동안 525건에 불과했던 도내 깍지벌레 출몰 신고건수는 올해 들어서는 4개월 만에 600건을 넘어서는 등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산림청은 지난 2013년부터 공원 외 민간부지 수목에 대해서도 나무전문병원 등과 연계, 깍지벌레 등 병해충 방지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현행 산림보호법상 공원 등 공공부지 수목 외에는 지자체가 선제 방역을 할 의무가 없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고상현 국립산림과학원 박사는 “뜨거워진 날씨에 깍지벌레가 대규모 출몰하고 있으나 (깍지벌레는)특성상 방역시기를 놓치면 퇴치가 어렵다”면서 “자치단체가 아파트 등 민간부문의 수목에 대한 방역 정책을 펼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수원시 관계자는 “현행법상 아파트 내 수목 등에 대해서는 신고가 접수돼야만 방역작업을 벌일 수 있어 어려움이 많다”면서 “주변 수목에 깍지벌레가 출몰하면 지체없이 지자체에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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