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은 ‘을’에게 5억 원을 빌려준 채권자인데, 이후 ‘갑’은 ‘병’에게 위 5억 원의 대여금 채권을 양도하였다. 그런데 ‘갑’은 채권양도 통지를 하기 전에 ‘을’로부터 채권을 추심하여 5억 원을 수령하였다.
이를 뒤늦게 알게 된 ‘병’은 ‘갑’에게 위 5억 원을 자신에게 지급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갑’은 자신의 돈이라며 지급를 거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병’이 ‘갑’을 상대로 형사고소를 할 경우 ‘갑’은 어떠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을까?
채권양도에 있어 양수인으로서는 채권자의 지위를 확보하여 채무자로부터 유효하게 채권의 변제를 받는 것이 그 목적인데, 우리 민법은 채무자와 제3자에 대한 대항요건으로서 채무자에 대한 양도의 통지 또는 채무자의 양도에 대한 승낙을 요구하고, 채무자에 대한 통지의 권능을 양도인에게만 부여하고 있으므로, 양도인은 채무자에게 채권양도 통지를 하거나 채무자로부터 채권양도 승낙을 받음으로써 양수인으로 하여금 채무자에 대한 대항요건을 갖출 수 있도록 해 줄 의무를 부담한다.
또한 양도인이 채권양도 통지를 하기 전에 타인에게 채권을 이중으로 양도하여 채무자에게 그 양도통지를 하는 등 대항요건을 갖추어 줌으로써 양수인이 채무자에게 대항할 수 없게 되면 양수인은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되므로, 양도인에게는 이와 같은 행위를 하지 않음으로써 양수인으로 하여금 원만하게 채권을 추심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의무도 당연히 포함되는데, 양도인의 이와 같은 적극적·소극적 의무는 이미 양수인에게 귀속된 채권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고, 그 채권의 보전 여부는 오로지 양도인의 의사에 매여 있는 것이므로, 채권양도의 당사자 사이에서 양도인은 양수인을 위하여 양수채권 보전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양도인이 채권양도 통지를 하기 전에 채무자로부터 채권을 추심하여 금전을 수령한 경우, 아직 대항요건을 갖추지 아니한 이상 채무자가 양도인에 대하여 한 변제는 유효하고, 그 결과 양수인에게 귀속되었던 채권은 소멸하지만, 이는 이미 채권을 양도하여 그 채권에 관한 한 아무런 권한도 가지지 아니하는 양도인이 양수인에게 귀속된 채권에 대한 변제로서 수령한 것이므로, 채권양도의 당연한 귀결로서 그 금전을 자신에게 귀속시키기 위하여 수령할 수 없다.
오로지 양수인에게 전달해 주기 위하여서만 수령할 수 있을 뿐이므로, 양도인이 수령한 금전은 양도인과 양수인 사이에서 양수인의 소유에 속하고, 여기에 위와 같이 양도인이 양수인을 위하여 양수채권 보전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양도인은 이를 양수인을 위하여 보관하는 관계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양도인인 ‘갑’이 채무자 ‘을’로부터 수령한 5억 원을 자신의 돈이라고 주장하며 양수인인 ‘병’에게 지급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은 형법 제355조 제1항의 횡령죄에 해당한다.
한편 위 횡령행위로 인하여 ‘갑’이 취득한 재산상 이익의 가액은 5억 원이므로, 결국 ‘갑’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가중처벌을 받게 된다.
서동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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