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바지가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미국 팝송의 영향이었다. 쌍절곤이 유행하던 시절도 있었다. 중국 영화의 영향이었다.
필자가 직접 경험한 시절은 아니지만, 그토록 유행했기 때문에 익히 알고 있다. 필자는 워크맨이 유행하던 시절을 겪었다. 거리의 많은 학생이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흥얼거렸던 모습을 기억한다. 일본 만화와 드라마가 한몫했던 모양이다.
영화, 드라마, 음악, 출판 등의 문화 콘텐츠는 그 자체에 열광하는 것에서 머물지 않고 그 삶의 양식을 동경하게 만든다. 시청자, 청취자, 독자들을 소비자로 만드는 힘이 있는 것이다.
이제는 외국인들이 한국산 제품에 열광하고 있다. 한국산 화장품과 액세서리로 한껏 멋을 내고, 한국산 자동차를 타고, 한국산 휴대폰으로 연락하고, 한국산 음식을 먹고 맥주를 마신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에서 노출된 제품들에 호감을 갖고, 영화배우와 가수가 광고하는 제품을 동경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한류(K-Wave)라 한다.
한류는 외국인 시청자, 청취자, 독자들을 소비자로 만들었다. 1990년대 후반 한국 드라마 수출로 일본, 중국, 동남아 등을 중심으로 한류 현상이 본격화된 이후 현재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이 확산된 것이다.
한편, 최근 우리 경제의 문제 중 하나가 수출침체이다. 우리 경제를 지탱해주던 수출마저 힘을 잃고 있다. 수출 증감률이 2014년 3분기 3.6%에서 계속 하락하여 2015년 1분기에는 마이너스(-2.9%)로 돌아섰다. 2015년 1분기 순수출의 성장기여율도 -0.29%로, 수출침체가 경제회복을 지연시키는 모습이다.
반면, 한류 확산에 따라 문화 콘텐츠 수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더욱이, 한류가 문화 콘텐츠를 넘어서 소비재 수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한류기반 소비재(K-Product)의 수출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한류기반 소비재를 K-Product라고 정의하였다.
한국의 대세계 수출은 부진하지만, 한류국으로의 K-Product 수출은 견조한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한류국으로의 K-Product 수출 증가율은 2014년 17.8%, 2015년 1분기 33.3%를 기록했다. 특히, 베트남과 태국이 주요 한류국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베트남과 태국은 K-Product 수출규모가 2014년 각각 4.7억 달러, 3.2억달러로 한류국 중 4위, 5위에 달한다. 2007~2014년 동안 K-Product 수출의 연평균 증가율을 기준으로 했을 때, 베트남이 19.8%로 2위를, 태국이 21.2%로 1위를 기록했다. 품목별로는 K-Product 수출 중 패션-뷰티 분야의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가전제품이 2014년 현재 K-Product 수출액의 약 60.4%를 차지하고 있지만, 화장품, 액세서리 등의 패션-뷰티 수출액의 비중이 2007년 10.6%에서 2015년 1분기 27.6%로 빠르게 상승하였다.
수출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한류 문화 콘텐츠와 함께 K-Product 수출을 확대시킬 전략이 필요하다.
먼저, 한류 현상을 소비재 수출과 연계하여 한국의 브랜드 및 제품을 세계에 지속적으로 전파하는 데 활용해야 한다. ‘코리아 브랜드&한류상품 박람회(KBEE)‘는 중소기업들이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한류 문화 콘텐츠가 활용되는 좋은 예이다. 이러한 이벤트가 더욱 확대되고,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둘째, 최근 한류국으로 빠르게 부상하는 태국, 베트남 등으로 소비재 수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한류기반 소비재 수출의 품목별 비중 및 증가세가 국가마다 달리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차별화된 전략을 통해 접근할 수 있도록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좋은 아이디어와 제품이 있어도 해외시장개척 및 차별화된 마케팅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지침이 마련된다면 콘텐츠 수출을 넘어 소비재 수출에 큰 기대가 더해질 것이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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