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A군(18)은 학교보다 가출한 친구들과 노는 것을 좋아했다.
매일 늦은 시간까지 길거리를 헤매다 문이 열린 상가 계단에서 웅크리고 쪽잠을 잤지만, 곰팡이로 가득 찬 가난한 집에 있는 것보다 좋았다.
그렇게 가출한 친구를 따라 무작정 집을 나가 3개월 동안 노숙을 한 뒤 돌아왔을 때 학교에서는 이미 퇴학처분이 이루어진 상태였다.
그렇게 한 해를 보낸 A군은 올해 마음을 다잡고 다른 학교로 재입학했지만, 개학 이후 하루도 학교에 나가지 못했다.
마트 종업원으로 일하는 아버지의 벌이로는 여섯 식구가 생활하기도 어려운 가정 형편임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20만 원이 넘는 교복을 사달라고 말할 수 없었고 그렇다고 혼자만 사복을 입고 등교하는 것은 더욱 싫었다.
이같은 사정을 전해 들은 의왕경찰서 선도심사위원회는 새 교복을 마련해 주어 학교 복귀를 도왔다. 그러나 A군은 한 살 어린 동생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결국 스스로 ‘학교 밖 청소년’이 됐다.
이처럼 가정환경 등을 이유로 가정이나 학교 울타리를 벗어나 범죄와 비행에 노출되기 쉬운 ‘학교 밖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경찰 뿐 아니라 지역 공동체가 함께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급기야 지난 4월27일 의왕시청을 비롯한 군포의왕교육지원청, 전문기관, 협력단체 등 38개 관계기관이 하나가 되어 든든한 울타리가 돼 줄 수 있는 ‘온 마을 공동체’를 구축하기로 하고 의왕경찰서에서 ‘회복도시 의왕 구축 선포식’을 갖고 본격적인 지원활동에 나섰다.
현재 A군은 의왕시의 긴급생활비지원 및 주택공사 주거지원으로 곰팡이로 가득 찬 반지하를 벗어나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학교전담경찰관과 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1대1 멘토 상담 등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소질과 적성을 찾아가고 있다.
A군과 같은 ‘학교 밖 청소년’ 에게는 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의 검정고시ㆍ직업훈련, 청소년수련원의 자기개발, 건강정신증진센터의 의료지원, 청소년육성회의 장학금, 학원연합회의의 보습, 지자체 무한 돌봄 SOS 서비스 등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맞춤형 지원이 계속 될 예정이다.
또한, 경찰은 이미 학교폭력과 절도 등 범죄를 저지른 ‘학교 밖 청소년’ 에게 진정한 의미의 반성, 화해, 피해회복 없이 사회에 복귀시키는 기존 응보적 처벌에서 벗어나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해 정신적ㆍ물질적 피해를 회복하고 피해자와의 갈등관계를 치유시키는 회복적정의 개념을 도입한 회복프로그램을 시범운영하기로 했다.
‘온 마을 공동체’를 구상한 권기섭 의왕경찰서장은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는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차별 및 편견을 예방하고 건강한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역 공동체가 함께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의왕=임진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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