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란 인류에 있어 문명을 발전시키는 힘이었고, 이러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귀한 대접을 받아왔다. 우리나라에서 성공의 방정식은 적어도 교육에 있다고 많이 인식되고 있다.
2013년에 KBS 스페셜로 방영된 ‘공부하는 인간 호모아카데미쿠스’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해 동서양의 공부방법이 소개된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아이들이 공부를 하는 주된 이유는 본인 또는 부모의 체면이다. 또한, 남보다 잘하기 위한 것보다 남보다 못하지 않기 위해 공부한다. 즉, 타인과의 비교가 공부의 중요한 동기이다.
스스로의 기준이 더 중요한 서양권보다 동양권에서는 관계 속에서 자신을 인식하며 남과의 비교를 통해 사회적 기준을 만들어 내고, 이 기대치에 부응해 체면을 지키고 싶어 하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하도록 독려한다. 사회적 기준에 뒤처진다는 것은 두려움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맹목적으로 앞으로 향해 달려가게 된다.
아이의 성적에 온 가족이 신경을 쓰게 되는 이유는 본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남들과 비교해서 잘난 건 상관이 없는데 못한다고 생각이 들면 자존감이 낮아지며 심리적으로 심한 압박을 받는다.
남들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문화가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사회적 수준을 높여 발전을 이루는 데 기여를 하지만, 뒤처진 사람은 낙오자라고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에게 공부의 다른 이름은 호기심이 아닌 경쟁이다. 남과의 경쟁에서 치열하게 싸워 승리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회분위기가 만들어 낸 결과이다.
체면이란 다른 사람들의 기대와 기준에 맞추어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체면에 익숙한 학생이 대학에 들어왔다. 대학생활은 대학입시가 아닌 취업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시험을 위한 준비시간이 되고 있다.
또한, 학생들도 세계경제의 여파로 인한 사회의 혼란함을 졸업도 전에 이미 느끼고 있다. 삼포세대, 평균 51 : 1의 공무원 시험 경쟁률, 35.7 : 1의 대졸자 대기업 취업 경쟁률, 직장인 절반 월 급여 200만 원 이하라는 통계청조사 등 우울한 기사가 올 상반기에 실렸다.
너무 큰 사회 이슈에 어느 한 기관이 명료한 답변을 내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질문을 던지고 함께 계속 고민하는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적어도 대학은 이 학생들에게 무엇을 해 주어야 하는가? 다음 세대를 위한 대학의 책임은 무엇인가? 대학이 대학의 체면을 위해 정작 제일 소중한 학생을 보지 못하는 것은 없는지 끊임없는 자문과 반문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미래세대가 대학을 통해 남을 의식하는 체면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된 인간으로서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승자와 패자를 구분 짓는 경쟁을 위한 공부가 아닌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함께 살아가는데 올바른 것이 무엇인지 토론하는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
이 공부 위에 개인의 재능이 발견되어지고 발전되어서 사용되는 삶을 산다면 행복하지 않을까!
이재성 인하공업전문대학 화공환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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