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청년고용과 대한민국의 미래

청년은 미래다. 청년들의 어깨가 무겁게 느껴진다. 청년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젊음, 패기, 도전이었지만, 실업, 포기, 단념으로 변해가고 있다. 실업에 직면한 청년들은 결혼도 출산도 포기하게 된다.

구직을 단념하면서 도전이란 단어를 잊어가고 있다. 우리는 청년을 포기할 수 없다. 청년을 포기하면 우리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청년의 어깨는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무거워진다. 한국장학재단에서 집계한 학자금 대출 현황에 따르면, 학자금 대출액은 2010년 3조7천억원에서 2014년 10조7천억원으로 약 세배 증가했다. 학자금 대출을 받은 학생 수도 같은 기간 70만명에서 152만명으로 증가했다. 청년인구가 줄고 있음을 감안하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 1인당 대출액도 525만원에서 704만원으로 약 34% 증가했다. ‘취업 후 학자금 상환 제도’로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누구나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취업 후 학자금 상환 제도는 대학 재학 중 이자상환의 부담이 없이 학업을 수행하고, 졸업 후 원리금을 상환하는 제도를 말한다. 그러나 문제는 졸업 후에도 이어진다. 학업을 마쳤지만 고용으로 연결되지 않아 빚을 갚을 기회마저 없기 때문이다.

무거워진 청년의 어깨는 졸업 후에도 펴지지 못한다. 학업을 마쳤지만 여전히 취업을 준비한다. 학생도 아니고, 취업자도 아닌 청년층을 흔히 니트족(NEET)이라고 한다. 니트족은 현재 약 163만명에 달한다.

취업 준비로 대학 재학기간도 길어졌지만, 졸업 후에도 여전히 취업을 준비한다. 청년 실업률도 1998년 외환위기 직후의 수준으로 심각해졌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의 평균 청년 실업률은 10.1%에 달한다. 내년부터 정년연장이 적용되면서 신규채용 규모가 줄면, 청년의 어깨가 더 무거워질까 우려된다.

취업에 성공한 청년도 오래 머물지 못한다. 청년들이 1년 이하의 계약직 및 일시근로 형태로 불안정한 고용형태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니트족의 퇴직사유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근로여건 불만족으로 37.8%에 달한다. 청년 일자리의 질이 열악해진 배경에는 투자가 있다.

최근 우리 경제의 투자가 부진하다. 적극적인 투자로 인해 창출된 일자리는 근로조건이 우수하겠지만, 투자 없이 창출된 일자리는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거름도 주지 않은 밭에 풍년들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일하는 청년을 찾기가 어렵다. 일하는 청년이 없는 사회는 미래가 불투명하다. 1980년대만 해도 노동시장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던 연령계층이 청년층(만 15~29세)이었다. 1980년대 말 총 취업자에서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이 28.5%에 달했다.

그러나 그 비중이 점차 줄어 2010년대에는 15.1%에 불과하다. 고급 교육을 받은 고급 노동력이 생산에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동시장에 젊음, 패기, 도전이 사라져 가고 있다. 한국경제가 이룩해온 성과는 현재의 50대가 1970년대, 1980년대 젊은 시절부터 도전하고 노력해온 결과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년을 노동시장으로 안내하기 위한 초대장에는 ‘투자’가 빠지면 안 된다. 날짜와 장소가 빠져도 ‘투자’가 빠지면 안 된다. 고용정책은 곧 투자정책이다. 미래산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투자가 확대되면 자연스레 양질의 일자리가 따라오기 마련이다. 청년의 눈높이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는 미스매치 문제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초대장에 찾아오는 길을 잘 보여주는 ‘교육-고용 연결도’가 첨부되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교육 따로, 취업 따로’인 시스템에서는 교육과정을 마친 청년이 ‘취업’이 아닌 ‘취업준비’를 하게 만든다. 정규교육과정에서 취업을 준비할 수 있는 커리큘럼을 적극적으로 개발한다면 비효율성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산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교육을 교육기관이 제공할 수 있도록 긴밀히 연결될 필요가 있다.

교육을 마친 청년은 해당 산업에서 꼭 필요로 하는 인재로 육성되고, ‘취업준비자’가 아닌 ‘취업자’로 안내될 수 있지 않을까? 잘 준비된 초대장이 필요하다. 일하는 청년과 열정 있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기대한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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