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비준절차만을 남겨둔 한중 FTA를 비롯한 자유무역협정이 체결과 타결된 건수가 15건, 54개국에 달한다. GDP 성장과 일자리 창출, 소비자 후생에 대한 비전이 숫자로 제시되었지만 세계경기의 침체국면이 맞물리면서 소기의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광역단위의 지역 무역협정(RCEP, TPP)까지 진행되고 있다. FTA가 정치경제적 성격이 강하지만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특성상 이를 피할 수도 없다. 빗장은 열렸고, 소비자의 선택도 이미 시작되었다. 당초의 계획대로 전략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FTA는 ‘그림의 떡’이다. 특히 FTA의 상대적 피해부문으로 알려진 농식품 부문은 더욱 갈 길이 바쁘다.
농식품박람회 등 국내외 홍보행사를 다각적으로 활성화했으면 한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하에서 중소기업, 특히 농식품 기업은 FTA를 활용할 만한 전문인력과 경험, 해외시장에 대한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중소기업이 박람회 같은 대형 행사의 주관은 더욱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국가마다 법과 제도,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접근 자체가 어렵다. 요즘처럼 국가간 환율조작이 심한 상황에서는 현지사정에 밝은 교민과 기업, 공관 합동의 정보공유시스템을 내실화하고 협조체제를 강화해야 한다. 특히 지리적으로 인접한 아시아 국가들은 성장률이 높은데다 빈부 격차가 발생하면서 고품질 농식품의 수요층이 차츰 증가하고 있어 시장 선점이 중요하다. 이쪽은 한류가 조성되어 있어 한류스타와 함께 축제를 여는 등 공격적으로 기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
중소기업 대상 컨설팅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국번없이 1380은 한국무역협회에 설치된 FTA 종합지원센터 전화번호다. 관계기관에서 FTA 대응팀과 컨설팅팀을 만들어 놓고 있지만 제도에 대한 기업의 이해가 부족하다. 중소기업은 좋은 제품이 있어도 상대국 시장현황과 경쟁력, 무역조건에 대한 정보가 절대 부족하다. 따라서 농산물의 품목별, 식품별, 기업별, 지역별 전문인력 육성과 지원, 그에 따른 전략에 대한 컨설팅이 더욱 중요한 실정이다. 집합교육과 더불어 컨설팅 투어도 확대했으면 한다. 한편 신선채소는 상대적으로 FTA의 영향이 적기 때문에 품질관리 및 유통기능 향상으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우리의 배와 사과, 포도, 수박 등 과일의 당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저장성 있는 상품은 수출을 적극 지원하여 상업농으로 육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가장 중요한 건 경쟁력 강화 대책의 실질적 이행과 체크일 것이다. FTA는 이론적으로 비교우위론에 기반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선택기준은 질적으로 우수하고 저렴한 가격이라 할 것이다. 국가간의 고품질 저가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FTA 지원기금이 차질 없이 집행되어 농업 체질개선과 경쟁력 강화의 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른바 ‘농업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매스컴에서 연일 예방의학과 건강의 중요성을 방영하면서 농식품은 이미 힐링식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죽이는 식물성분에 대한 연구는 동물대상 임상시험 중에 있고, 곰팡이를 이용해 바이오연료용 목재를 분해하는 연구 및 토양미생물을 천연 표백제의 원료 등 다양한 산업용 재료로 활용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대기업이 앞다투어 바이오산업에 진출하고 있는 이유이다. 마침 사회적으로도 귀농ㆍ귀촌 가구가 전년대비 37.5% 증가한 4만4천586가구로 늘었고 이 중 40대 이하 가구의 증가율은 43%(1만7천611가구)로 늘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의 첨단 자본주의 시대에도 “사람이 먹고 사는 식량품을 비롯해 의복, 주옥의 자료는 말할 것도 없고, 상업, 공업의 원료까지 하나도 농업 생산에 기다리지 않는 것이 없는 이만치 농민은 세상 인류의 생명 창고를 그 손에 잡고 있다”고 했던 매헌 윤봉길 의사의 농업을 바라보는 혜안이 돋보인다.
명정식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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