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주민등록증과 생체 인식정보 개선문제

주민등록번호와 한글의 존재는 한국이 정보화 대국으로 진입하는 데 공헌한 1등 공신이었다. 주민등록증 사진이나 지문 같은 생체정보와 고유번호, 주소가 기재돼 있어 본인을 식별하는데 매우 간편하고 효율적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슬기 정보시대에 이르자 이제는 개인 정보 보호와 효율성 측면에서 공과를 따지기에 이르렀다. 사실 얼굴 성형이 보편화된 마당에 단순한 인상착의 만으로 본인을 식별하는 것은 어려워졌고 지문을 사진으로 찍어 얇은 고무 골무에다 프린트해 사용하면 아무도 모른다. 이처럼 고유번호나 고정된 생체식별 방식으로는 보안 유지에 취약성이 많고 지문인식기에서 보듯 별도의 인식장치가 필요하다는 약점이 있다. 그렇더라도 마땅한 대안이 없어 생체식별 방식은 각국에서 선호하며 오히려 강화되는 추세이다. 전자 신분증 도입은 영국이 가장 먼저 서둘러 10여년에 지문과 얼굴 인식 이외 홍채인식을 추가해 전자신분증 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켜 시행하고 있다. 또 미국은 무비자 입국 조건으로 생체 식별 전자여권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방식들은 기본적으로 인도주의에 위배되며 재일 동포의 지문 날인에서 보듯 악용될 소지가 크다. 대안으로 떠오르는 방식은 음성 생체식별 이다. 원래 목소리에는 개인의 고유특성을 반영하는 음성지문[聲紋]이 들어 있어 목소리만 듣고도 남녀노소를 구분할 수 있으며 말투에는 지역 특성이 반영돼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한의학에서는 오래전부터 진단에 적용하고 있으며 이를 문진[聞診]이라 했다.

여기에서 음성지문의 불변성과 음성인식의 가변성을 조합하면 일회용 암호를 만들 수 있으며 한번 쓰고 버리면 비밀이 유지되며 위조는 불가능하다. 최근 인터넷 금융거래 업무 비중은 거의 8~90%에 이르고 대면 거래는 10% 내외로 줄었다. 그러나 본인 인증의 어려움과 전화 금융사기를 막기 위해 개인 인증번호를 별도로 요구하고 있다. 만약 음성 생체인식 정보로 구성된 일회용 비밀번호를 이용하면 이런 불편을 크게 덜 수 있을 것이며 금융기술 산업도 단연 활성화될 것이다. 전화 금융 사기범을 추적할 수 있으며 정황 증거로 활용할 수도 있다.

주민번호와 관련해서 또 하나의 개선할 점이 있다. 주소의 표기 체계다. 최근 지명 체계에서 가로명 체계로 전환하고 있지만 지명 체계에 익숙한 주민들에게 일대 불편을 주고 있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산, 강, 큰 나무, 큰 바위, 성황당 등 지형지물의 위치정보가 기준이었으며 전국 방방곡곡에는 고유한 지명의 전통이 있다. 그러나 도로 주행도우미(내비게이션)에서 목적지를 찾아내려면 잘 모르는 도로 명이나 번지 체계를 기억하기는 고사하고 자판으로 입력해야 하는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지명 하나만을 음성으로 넣으면 우편 번호가 검색되고 이어서 메뉴 식으로 손쉽게 목적지 검색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운송과 배송을 동시에 알 수 있는 세계 유일의 경우로 최근 6자리에서 5자리로 변동돼 더욱 간편해졌다. 그러나 주소 체계에다 우편번호(zip 코드)가 포함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한 경우이다.

진용옥

경희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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