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프로의식보다 소중한 주인의식

아침에 일어나 직장을 가는 직장인은 매일 같은 곳을 출근 할 수 있을 것 같고,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가 없어진다는 생각을 가지기는 힘들다.

기업이 위태해지는 순간이 갑자기 다가온다 할지라도 그것을 느낄 수 있는 전조는 분명히 있다. 그런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직장인들은 프로가 되기 위해 애쓴다.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숙련된 일처리 능력을 쌓아야 할 자산이라 생각한다.

필자가 기업에서 사업기획을 하며 사장님을 모시던 때의 일이다. 나름 잘 나가던 회사가 경쟁 제품의 선전 속에 점차 어려움에 빠졌고 무엇보다 수년간 준비하며 사업화 막바지의 제품을 산업트렌드의 변화로 포기해야하는 이중고의 순간까지 몰리게 되었다.

위기의 순간에 난관을 타개할 신사업을 준비 중에 있었고, 상황이 극박하였기에 외국의 유명한 컨설팅회사까지 고용하여 총력을 기울였다. 사장님께 기회 있을 때마다 준비하고 있는 사업의 시장성과 사업계획에 대해 보고하면, 사장님은 매번 어려운 질문을 하셨고, 그에 대한 답변을 만들어내느라 많은 시간을 가장 최선의 답을 위해 매달렸었다.

어느 정도 사업계획이 마무리되어졌고 핵심사항이 일본회사와의 합작이었다. 이 일본회사는 다행이도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회사였다. 이 회사의 책임자를 만나기 위해 사장님과 함께 일본으로 가게 되었다. 장소는 동경의 조용한 일식집이었다. 이 시간을 통해 필자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사장님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수많은 보고를 통해 필자를 괴롭혔던 그 질문을 일본담당자의 입을 통해 사장님이 받고 계셨고, 많은 고민 끝에 내놓은 답변이 사장님의 입을 통해 전달되어지고 있었다. 이 순간을 위해 사장님은 필자보다 더 많은 고민의 밤을 보내셨던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사장님은 일본기업의 책임자에게 기회가 될 때마다 거듭해서 매달리셨다. 일본기업과의 합작은 무산되었으나, 마지막까지 끈을 놓지 않고 매달리셨던 사장님의 모습은 필자의 뇌리가운데 지금도 남아있다.

그 이후 회사는 같은 계열사의 회사에 흡수합병이 되었지만, 직장생활에 대한 나의 생각은 큰 변화가 찾아왔다.

직장은 자신의 능력을 뽐내는 장소가 아니라 본인과 동료의 가족을 함께 책임지는 운명공동체다. 그렇기에, 회사를 지켜가는 사람들은 일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해 필요한 일에 끝까지 매달리는 사람들이다.

공동체의 이익에 무의미한 개인의 의견에 집중하다가 정작 중요한 조직의 생명을 잃을 수 있다. 어려운 순간 조직을 살리기 위해서는 많은 논리보다 간절하며 애통하는 마음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이 마음을 가진 사람이 주인이다.

열두 척의 배를 이끌고 일본의 대군 앞에 나서야 했던 이순신장군의 간절한 마음이 명량을 발견하게 되고 수많은 생명을 구하게 되지 않았는가. 백성들과 장병들은 그 때 누구를 주군이라 생각했겠는가. 사람은 프로보다 주인을 기억하게 된다는 것을 가슴에 담아 두었으면 한다.

이재성 인하공업전문대학 화공환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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