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메르스 이후, 사회적 재난에서 얻은 교훈

문명이 시작된 이래 자연현상으로 인한 재앙이나 사회 구성원들이 예상하지 못하는 사건과 사고는 항상 있어 왔다. 어쩌면 인류 역사는 항상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는 자연재해나 사회적 재난에 대한 인간들의 끊임없는 도전과 응전 방식에 대한 기록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자연재해나 사회적 재난은 어떤 시대를 혼란과 갈등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기도 하고, 한편으로 이들은 사람들에게 타성에 젖어있는 삶의 방식을 뒤돌아보게 하고, 그것과 관련이 있는 사회의 공공 시스템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이 지구상에서 문명의 발자취는 이러한 문제적 상황에 대한 인간들의 대응 방식이다.

지난 5월 중동지역을 다녀온 60대 후반 남성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확산된 메르스(중동 호흡기 증후군; MERS corona virus)는 현재(20일 기준)까지 186명의 확진자와 36명의 사망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세월호 침몰사고에 이어 갑작스레 퍼지게 된 이 바이러스 감염병은 약 2개월 동안 우리사회 많은 구성원들에게 많은 혼란과 공포심을 야기했고, 적잖은 심리적, 사회경제적 피해를 입혔다.

지역적 경계가 분명하고 인적 교류가 제한적이었던 과거라면 이 메르스는 중동지역의 풍토병 정도로 우리에게 알려졌을 것이지만 과거 어떤 시대보다도 지구 공동체제가 긴밀하게 교류하고 상호 간에 영향을 주고받는 글로벌 시대에 이 바이러스 감염병은 많은 이들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어 짧은 시간에 우리 사회의 정치 경제, 교육 및 사회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끼친 사회적 재난이 됐다.

세월호 사건이나 메르스 사태 이후 갑작스럽게 닥친 사회적 재난을 통하여 우리는 몇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먼저, 재앙과 고난을 통하여 인간은 무엇이 삶의 목표이고, 인생의 목적인지를 보다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재난은 우리 사회 구성원들에게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관성적으로 해오던 일상생활 방식과 당연하다고 여기는 생각들을 뒤돌아볼 수 있게 하였다.

특히 일상에서 우리들의 위생과 건강관념,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와 공공예절, 재난으로 인한 구성원들의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방식을 통해 앞으로 우리는 우리사회의 가치지향과 목표를 적극적으로 재구성하는 노력이나 실험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는 무엇보다 급작스러운 사건이나 사고에 따르는 과장된 공포와 불안을 경험했다. 이들 공포와 불안은 대개 사실 이상으로 과장되고 선정적으로 보도됨으로써 일반 시민들의 생활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 따라서 학교교육과 시민교육을 통하여 우리 구성원들이 예기치 못하는 재해와 재난을 냉정하게 인식할 수 있는 치밀함과 이를 차분하게 극복할 수 있는 용기와 위기 대처 능력을 갖추도록 해주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메르스 사태는 다시 한 번 재난과 재해에 대처하는 지도자들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해줬다. 사실 위기에 대처하는 지도자들의 능력에 대해서 우리 국민은 자신의 직분과 역할에 철저하고 맡은 일에 헌신하는 솔직하고 충직한 지도자의 모습을 바라는 것이지, 위기와 재난에 대해서 그들이 매번 초능력이나 기적을 행할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메르스 발생 초기 사태수습에 우왕좌왕하는 모습, 서로 책임을 떠넘기려는 태도 등은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고, 정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게 하였음을 정치 지도자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고대혁 경인교대 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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