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눈사람

마음도 없는 것이

손도 발도 없는 것이

녹으면 단지 한 옴큼 구정물인 것이

길을 환하게 한다.

차가운 것이

나를 따뜻하게 한다.

얼마 안 가 개구쟁이들의 발길에 부서지거나

햇볕에 사라질 것이

다정한 친구가 된다.

나는 무엇을 보며 위로 받고 사는가

나는 누구의 눈사람인가

눈부신 하얀 허물을 벗으면

시커먼 산성물인 것 알면서도

눈사람 없이는

겨울 길을 걸어갈 수 없구나

사람아 ……

 

차옥혜

1984년 <한국문학> 으로 등단. 시집 <식물 글자로 시를 쓴다> , <날마다 되돌아가고 있는 고향은> , 서사시 <바람 바람꽃-막달라 마리아와 예수> , 시선집 <연기 오르는 마을에서> , <햇빛의 몸을 보았다> , <그 흔들림 속에 가득한 하늘> 등 다수. 경희문학상, 경기펜문학대상 수상.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