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그리움 나무

꽃길을 지나 구름 많은 여름 길로 들어서면

골 깊은 계곡의 물소리에

산천山川이

짙은 초록 바람을 타고

마을 산자락으로 내려옵니다.

그러면 나는

지나 간 청춘을 회상하며

흐르는 뭉게구름이 되어 가슴 울렁입니다.

신록新綠같던 청춘은

세월 속에서 그리움의 꽃을 피웁니다.

살아 온 바람에 따라 서로 다른 색깔로 물들겠지만

그리움은 향기롭습니다.

마음 한 가장자리 휑하게 뚫린 허무虛無라는 빈자리에도

그리움의 향기는 그윽합니다.

옷깃을 스치는 바람마다

그리움의 향기를 전합시다.

그리하여

나이테가 많은 그리움 나무가 되어

영원히 지지 않을 애절한 꽃을 피웁시다.

정순영

1974년 시전문지 <풀과 별> 로 등단, 봉생문화상부산문학상세계금관왕관상자랑스러운 시인상부산시인협회상여산문학상 등 수상, 부산시인협회 회장, 한국현대시인협회 중앙위원회 의장, 부산과학기술대학교 총장, 동명대학교 총장 역임, 현재 세종대학교 석좌교수, 국제pen한국본부 부이사장, 시집 <시는 꽃인가> <꽃이고 싶은 단장> <조선 징소리> <침묵보다 더 낮은 목소리> <추억의 골짝에서> <잡은 손을 놓으며> <사랑> <사인시(四人詩)>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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